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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시험대 오른 ‘12살 유로화’

등록 2010-02-09 21:47수정 2010-02-09 21:48

유로화 환율 추이
유로화 환율 추이
단일통화 묶여 환율통한 긴축정책 못써
매도액 사상최대·환율급락 등 ‘신뢰추락’
11일 정상회의…‘그리스사태’ 논의 예정
유로화로 대표되는 유럽연합 단일통화 시스템이 거센 시험대에 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2일(현지시각) 이후 유로화 매도 포지션(쇼트 포지션)이 76억달러에 달해 단일 통화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유로화 가치도 8일 거래에서 1유로에 1.3675달러로 지난해 5월20일 이후 8개월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3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 포인트 아래인 9908.39로 마감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심각한 재정적자 탓에 지난주부터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의 ‘성장과 안정에 관한 협약’은 유로화 가치의 안정을 위해 유로존 회원국의 재정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재정적자 비율은 그리스 12.7%, 스페인 9.6%, 포르투갈 6.7%로 규정 자체가 이미 휴짓조각이 된 상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국가 부채(sovereign debt) 뿐 아니라 통치권(sovereignty)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유로존 전체가 이들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b>성난 그리스 노동자</b>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카에서 8일 경제장관과 지역 경제인들이 참석한 회의에 시위대가 난입해 “노동시간은 피로 물들고 있다. 이제 은행들이 불타는 것을 봐야 할 때”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스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정책을 강화할 예정인데, 노동계는 이에 맞서 10일부터 연쇄적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테살로니카/EPA 연합뉴스
성난 그리스 노동자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카에서 8일 경제장관과 지역 경제인들이 참석한 회의에 시위대가 난입해 “노동시간은 피로 물들고 있다. 이제 은행들이 불타는 것을 봐야 할 때”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스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정책을 강화할 예정인데, 노동계는 이에 맞서 10일부터 연쇄적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테살로니카/EPA 연합뉴스
유로존 회원국들은 급격한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쓰기로 한만큼, 회원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의 긴축정책을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회원국이 재정상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런 나라의 국채를 인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와줄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유럽연합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를 지원하겠다는 데도 반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지원 자체가 유로존 시스템의 취약성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11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니크레디트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마르코 아눈지아타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실질적으로 조세와 지출 권한을 갖고 유럽대륙 전체에 걸쳐 재정적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유럽 연방정부가 필요하다”며 “보다 강력한 정치적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도 <월스트리트 저널>에 “다음 10년 동안 유럽연합이 조세와 투자를 포괄해 단일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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