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촉발되어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번지는 가운데 5일(현지시각) 폭락세를 보이는 스페인 마드리드 증권거래소 이벡스35 지수를 증권거래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마드리드/블룸버그 연합뉴스
[유럽발 금융쇼크]
재정악화 따라 ‘소버린 리스크’ 최대 불씨로
고위험국 위기가 중심국으로 번질땐 최악
한국 재정 건전성 강화방안 마련 나서야
재정악화 따라 ‘소버린 리스크’ 최대 불씨로
고위험국 위기가 중심국으로 번질땐 최악
한국 재정 건전성 강화방안 마련 나서야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안정을 되찾던 국제 금융시장이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국가부채 위험)라는 장애물을 만나 요동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주요 나라들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탓에, 소버린 리스크가 올해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 ‘태풍의 핵’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왜 불거졌나? 새로운 위기의 불씨는 200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한 부채의존형 경제구조에 있다. 기업부문의 성장활력이 떨어지자 각국은 가계부문에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새 출구를 찾았고, 결국 가계부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거치며 금융위기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소방수로 나서며 국가별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훼손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주요 20개국(G20)의 국가부채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62%에서 올해 80.2%를 거쳐 오는 2014년엔 85.9%로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기(2008년)에서 실물위기(2009년)를 거쳐 재정위기가 다가온다는 신호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최근 “재정위기는 금융위기에서 시작돼 실물경제 위기로 번졌던 글로벌 위기의 최종국면이자, 장기간 지속될 국면”이라 평가했다.
■ 전염 경로는?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의 뇌관은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국들의 재정위기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도 고위험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 나라는 애초부터 재정적자 규모가 크고 정부의 경제관리능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관건은 위기의 불씨가 글로벌 금융망을 타고 이들 나라에서 금융중심지로 옮겨붙느냐다. 대표적인 게 영국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는 2008년 52.2%에서 올해 81.7%로 급등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영국의 전체 대외자산(3조8605억달러) 가운데 20%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에 집중된 것도 위험요인이다.
■ 국내 영향은? 국내 금융시장 파급효과는 적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서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져(채권 등 신용공여총액)가 낮아 직접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높아 서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전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4개국에 대한 대출은 6억5000만달러로 전체 대외자산의 1.2%에 그친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다. 한동안 감소세이던 단기외채가 지난해 3분기(31억달러)와 4분기(63억달러)를 지나며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영국이 대외 은행대출을 50% 회수한다는 전제 아래, 우리나라도 아일랜드, 미국, 호주 등에 이어 충격 정도가 큰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한편, 이날 김성식(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2명은 국가재정운용 계획의 실효성 및 재정위험 요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재정법, 공공기관 운영법,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등 3개 법안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김성식 의원은 “정부의 채무상황 정보제공 의무를 강화해 국회가 앞으로 더 심도있게 재정상황을 심의하자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최우성 신승근 기자 morgen@hani.co.kr
위험수위 나라빚, 세계금융 뒤흔들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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