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 환율문제 거론…‘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미 관리 도요타 본사 압박…“미국차 보호용” 분석
미 관리 도요타 본사 압박…“미국차 보호용”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중국·일본 때리기’가 거세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일본 정책의 초점이 애초 천명했던 동반자 관계 재설정보다는 경제 실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3일(현지시각) 중국에 대해 환율 문제를, 일본에 대해서는 도요타 자동차 리콜 문제를 제기하며 양국에 대한 압력을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우리 상품의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지 않고, 중국의 상품가격이 인위적으로 축소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중국의 환율문제를 거론했다. 백악관은 오는 4월 발간되는 재무부의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올해 중국과 일련의 경제대화에서도 환율정책이 우선 의제로 놓일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시아 정책에서 미-중 협력보다는 미-일 동맹을 중시한 조지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애초 미-중 신협력 시대를 내걸고 중국과의 관계증진을 최우선으로 뒀다. 양국 관계가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사보타지를 접고,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의 양보없는 완강한 주장에 부딪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뒤 격분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들어 대만 무기판매로 본격화한 미-중 알력은 결국 중·단기 양국 관계 설정의 종착점인 환율문제로 빠르게 옮겨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수습과정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중국 환율문제는 그동안 미국의 자제로 잠복된 상태였다. 미국이 다시 환율문제를 꺼내 든 것은 최근 미국의 국내 정치·경제 사정과 연관된다.
매사추세츠 보궐선거 패배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월가 개혁, 의료보험 개혁 등에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한편 실업 등 경제문제 해결에 올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수출을 1% 늘리면 수천개, 아마 수만개의 일자리가 국내에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 무역적자의 최대 근원지인 중국과 일본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를 시사한다.
지난해부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알력을 빚어온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통상과 시장개방 문제 등으로 전선을 급속히 이동시키고 있다. ‘리콜된 도요타 자동차의 운행을 중단하라’고 말했다가 취소한 레이 러후드 미 교통부 장관의 말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도요타 리콜 사태에 대해 강경 조처를 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교통부 산한 고속도로안전청 대표가 일본으로 날아가 도요타 대표를 만나는 등 미국이 이례적으로 공세적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와 자동차노조의 표심을 다지기 위해 도요타를 제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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