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주 폭락 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 마감 직전 한 직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백악관이 은행 규제방안을 발표한 이날 은행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다우지수는 2% 넘게 하락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비판여론 타고 경제개혁
중간선거에도 유리 판단
중간선거에도 유리 판단
“납세자들과 미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은행의 대형화와 투기적 거래를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월가를 향한 오바마의 태도가 갈수록 단호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자산규모 500억 달러 이상 대형 금융회사에 거액의 ‘구제금융 세금’을 물릴 계획을 밝히면서도 오바마는 “나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 은행가들을 돕기 위해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라고 거친 말을 쏟아낸 바 있다.
오바마의 이런 태도는 경제위기로부터 확실하게 탈출하려면 ‘월가 개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너스’에 바탕을 둔 성과급 시스템을 바탕으로 단기이득을 극대화하는 투기적 거래를 해온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그것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제어하지 않고는 자산거품의 재현과 거품붕괴에 따른 더블딥(이중침체)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오바마로서는 월가에 비판적인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 금융위기 와중인 지난해 1월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는 임직원들에게 1억6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뒤에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다. 그럼에도 대형 금융회사들은 불과 1년 만에 사상 최대규모의 보너스 잔치에 나서고 있어 경제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개혁안에 도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와 배우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고, 오바마에게 힘을 실어줬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 패배로 수세에 몰린 백악관과 민주당이 ‘공공의 적’이 돼있는 월가와 싸우는 게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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