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주도 볼커 vs 못마땅한 가이트너
자문위원장-월가출신 재무
시각 달라 최종안 진통 예고
시각 달라 최종안 진통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은행규제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배석한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을 가리켜 “이 키 큰 분이 이번 규제방안의 뒤에 있다”고 소개하면서 규제안을 ‘볼커 룰’(Volcker rule)이라고 불렀다. 1980년대 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내고, 금융위기 직후 금융개혁 방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폴 볼커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제치고 ‘금융 재규제’의 주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볼커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주장할 정도로 은행 규제에 적극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규제안은 지난해 여름 볼커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오바마의 경제 교수로 불리는 오스탄 굴스비 고문이 동의하면서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물론 21일 발표된 검토안은 은행의 헤지펀드 투자 규제 등 고유계정(자기자본 계정)의 투자활동에 대한 규제와 대형화 규제만 담고, 상업·투자 은행의 분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파장이 만만찮을 규제안의 입법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우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자금줄인 월가가 거세게 반대할 게 뻔하다. 경제정책의 실권을 쥔 월가 출신의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도 새 규제안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 뉴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가이트너는 은행의 규모와 영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월가의 대외경쟁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가이트너의 경력을 생각하면 이런 반응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이트너와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등 오바마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핵심인물들은 바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금융규제 완화를 주도한 인물들이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백악관과 재무부, 그리고 볼커 사이에는 폭넓은 공감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지만, 이런 내막을 고려하면 최종 규제안이 어떤 모습이 될지 점치기는 너무 이르다.
정남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