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위기 진상규명 청문회
“책임 인정하지만 고액임금은 합당한 대우” 호소
오바마 기업 혜택 회수 위해 법인세 대폭 인상 추진
“책임 인정하지만 고액임금은 합당한 대우” 호소
오바마 기업 혜택 회수 위해 법인세 대폭 인상 추진
“우리는 우리가 한 요리를 먹다가 목에 걸렸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3일 활동을 시작한 미국 의회 금융위기조사위 청문회 첫날, 출석한 월가 거대 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잔뜩 몸을 낮췄다. 무대에 선 주인공들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모건스탠리의 존 맥,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였다.
필 앤절리데스 위원장이 먼저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으로 수조달러를 받은 와중에 기록적인 이익과 보너스를 챙겼다는 보도는 생계를 유지하려고 분투하는 많은 가족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나는 지금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골드만삭스의 블랭크페인을 직접 지목했다. 골드만삭스가 모기지보증채를 팔고서, 그 하락을 부추기는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블랭크페인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돈을 잃은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금융위기 당시 회사 조처는 위험관리 행동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는 “세상은 점점 부유해지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잘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모이니핸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며 세금 납부자들의 지원에 고마워하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도 “우리 직원들 대다수는 경기위기가 오는 데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다이먼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했다. 그는 “우리는 실수를 했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직원들 대부분이 2008년 심각한 급료 삭감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회사가 그에 합당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해, 고액 임금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주택값이 영원히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월가 최고경영자들의 ‘빠져나가기’에 참석자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한 방청객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진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돌리며 “그자들을 감옥에 처넣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왔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사과를 한 것 같다”며 월가 경영진들은 상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상위 50개 금융기관에 대한 법인세를 대폭 인상해, 이들 기업이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얻은 혜택을 회수하는 방안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법인세 인상으로 향후 10년간 900억달러의 세금을 걷어 공공재정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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