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쌀 등 곡물에서 시작된 상품가격 상승세가, 금을 비롯한 금속 원자재를 거쳐 원유가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가격상승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잠식하고 각국의 금리 인상을 압박해 세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곡물이다. 미국의 옥수수값은 지난해 9월 이후 최근까지 약 24%가 올랐다. 타이 쌀값도 같은 기간 11%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최근 몇 달 동안 전 세계 식량 가격이 2008년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났을 때와 비견될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상승을 시작해 12월초 온스당 1200달러를 넘겼던 금값도 이후 달러 강세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8일 종가로 온스당 1138.9달러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 상승세가 원유로도 본격 확산되고 있다. 8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장중 배럴당 83달러를 넘겼다. 배럴당 60달러대이던 지난해 9월에 견줘 20% 넘게 오른 값이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국제경제조사국장은 “최근 상품가격의 급등은 신흥국에서의 수요가 늘고, 선진국에서도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것”이라며 “너무 오래가지 않는 한 고무적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식량이나 원유값의 급등은 소비 대부분이 생활필수품인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품가격 상승은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펴 왔던 저금리 정책을 바꾸도록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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