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위기의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미-중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정치·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부국 대 빈국,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 대 (다극화된) 무극체제, 자유시장경제 체제 대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대결 등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빚어진 필연적인 도전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치경제 컨설팅그룹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5일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올해 세계가 직면하게 될 위험 1순위로 미-중관계의 악화를 꼽았다. 브레머 회장은 기후변화협약을 합의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상대적으로 두 나라 관계의 고점이었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최근 얘기되고 있는 G2 개념은 실패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책임을 떠맡는 주도적 역할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핵확산, 도하라운드, 사이버안보, 아프간전 등 예상되는 문제에서 기후변화 논의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브레머 회장은 중국의 국내산업 보조금과 위안화 환율 고정페그 등 무역보호주의적 경제정책들로 인해 올 하반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이 대선후보의 대중국 정책에 신경쓰지 않은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국제칼럼니스트 기드온 라치만은 4일 기고한 칼럼에서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브라질, 남아공, 인도, 터기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과 같은 대열에 서기보다는 개도국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강화된 위상으로 인해 미국이 자유세계의 리더로서 지위를 잃어가고 있으며, 세계정치는 예기치않은 변화의 바람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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