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통화가치 상승 발판 삼아
자동차 구매·관광 등 경기회복 선도
자동차 구매·관광 등 경기회복 선도
서구에서 아시아로 서서히 움직이던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금융위기 이후 더욱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소비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경제는 서구 선진국에 견줘 훨씬 빠르게 회복할뿐더러, 세계의 경기회복을 선도하고 있다. 높은 가계 저축률과 정부의 낮은 재정적자는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대응력을 키웠고, 경기회복 국면에선 ‘소비하는 아시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 인도에선 소비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11월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에 견줘 무려 61%(13만대)나 늘어났다. 3분기 인도 경제가 지난해에 견줘 7.9%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 가운데 하나도 이런 왕성한 민간 소비에 크게 힘입었다. 인도 최대의 소매 판매업체인 ‘팬털룬 리테일 인디아’의 키쇼르 비야니 상무는 “일찍이 이런 소비 증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2.5~5.5%의 낮은 금리와 국내총생산(GDP)의 3.5~4% 규모의 재정적자, 통화가치의 상승, 지속적인 무역흑자,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 저축률 등은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모건스탠리가 18일 밝혔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이런 덕택에 필리핀에선 3분기 소비지출이 전년보다 4% 늘었다. 말레이시아에선 미국과 유럽 쪽 관광객 급감과 신종 인플루엔자의 악영향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사상 최대인 2200만명의 국외 관광객을 기록할 전망이다. 홍콩에선 루이뷔통 등 값비싼 명품을 사려는 중국 갑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현지시각) “아시아가 소비 폭발 덕택에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세계를 구해냈다”며 “아시아의 지출 경쟁은 2010년에도 지속될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 중심엔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있다. 3분기 8.9% 성장한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10%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노릇을 계속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3년 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 기여도에서 절반 이상의 몫을 차지했다. 중국에 힘입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내년 전세계 성장률(3.1%)을 갑절 웃도는 7.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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