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재정적자가 심각한 나라
그리스 이어 스페인 신용등급 하락…더딘 경기회복 탓
아일랜드·영국 재정적자 커…세계경제 불씨 가능성
아일랜드·영국 재정적자 커…세계경제 불씨 가능성
새로운 도미노의 시작일까? 두바이의 채무지급 유예(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다음 희생양’은 재정적자가 큰 나라들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재정적자가 큰 유럽 여러 나라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거나, 앞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히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9일 스페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는 지난 1월 최고 신용등급인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아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앞으로 더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앤피는 “스페인이 공격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앞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유로화를 쓰는 16개 나라(유로존)에서 가장 낮은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유럽연합(EU) 이사회 순번 의장국인 스웨덴 정부는 10일 “그리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주 초 애스앤피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런 연쇄적 움직임의 진원지인 두바이의 국영기업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경기부양을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과 더딘 경기회복으로 인한 세입 감소가 재정적자를 부풀리면서, 많은 나라들의 신용이 떨어지고 있다. 올 사상 최대인 220억유로(약 37조7051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아일랜드를 비롯해, 그리스·영국·스페인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두자릿수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로존은 유로화의 안정을 위해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지디피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뉴스들은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몇달째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증시에 충격을 던져줬다. 9일 스페인 이벡스35지수가 2.3% 하락한 것을 비롯해, 영국의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100, 프랑스의 세아세40, 독일의 닥스 등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하루 지난 10일엔 소폭 반등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국가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와 계속되는 ‘글로벌 부채 위기’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금융시장에서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채권 발행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비용 또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다시 불러오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