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저금리 탓 다시 호황
직원급여·보너스 등 급증 조짐
직원급여·보너스 등 급증 조짐
미국의 실물경제는 아직 본격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월가는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 등에 따른 정부 지원과 초저금리에 힘입어 다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주 회계감사관 토머스 디나폴리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제이피 모건 체이스의 투자은행 부문 등 4곳은 올 들어 9월말까지 225억달러의 세전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403억달러의 적자에서 실적이 급격히 호전된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회원사들의 실적도 매우 좋아졌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올해 상반기 이들 회원사들의 증권거래 수수료 수입은 모두 357억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07년 상반기의 1.5배나 됐다. 특히 이자비용을 뺀 순수입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상반기 350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914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이들 회사들이 저금리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음을 뜻한다. 토머스 회계감사관은 “월가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호황으로 월가 금융회사들의 보너스 지급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9개월간 상위 6개 은행지주회사가 직원 급여와 스톡옵션 등 보너스 지급을 위해 유보해둔 자금은 모두 1120억달러에 이른다. 올해 2분기 이후 이익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회사의 올해 보너스 지급 규모는 지난 2007년의 1620억달러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월가의 고용 회복은 실적 회복에 견줘서는 느린 편이다. 뉴욕시에서 증권산업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9월말 현재 16만900명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07년 11월(18만9200명)보다 15%(2만8300명) 가량 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 3분기에는 3600명 늘어나는 등 조금씩 회복 기미도 나타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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