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국가부채
중 외교부, 미에 “안정적 재정정책 펴라” 훈수
적자 늘어난 영국도 최고신용등급 박탈 위기
적자 늘어난 영국도 최고신용등급 박탈 위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을 닷새 앞둔 지난 11일. 미국 국무부의 선임 경제담당관 로버트 호매츠는 이날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강연에서 “미국은 일단 경제가 견실하게 회복하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빚쟁이’ 앞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한껏 몸을 낮춘 태도였다. 다음날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안정적으로 중·장기 재정정책을 펴라고 미국 정부에 훈수했다.
빚더미에 앉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체면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9월 끝난 미국의 2008~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4000억달러(약 1624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된 미국의 나랏빚도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웃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를 계속 국외에 매각하면서, 중국이 지닌 미국 국채만 해도 8000억달러에 이른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6위 경제대국 영국은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최고 국가신용등급인 트리플에이(AAA)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천문학적인 금융권 구제금융 등으로 영국의 올 재정적자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의 12%에 이른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올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2.5%를 웃돌 전망인 그리스를 비롯해,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등에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주요 20개국(G20)의 2014년 국가부채가 평균 국내총생산의 85.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심각한 일본(245.6%)을 비롯해, 이탈리아(128.5%), 미국(108.2%), 영국(98.3%), 프랑스(96.3%) 차례로 국가부채가 높게 예상됐다. 재정적자가 앞으로 몇년 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랏빚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나랏빚도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부채다. 16세기 “해가 지지 않는 땅”을 다스렸던 유럽 최강대국 스페인은 막대한 정부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1557~1680년 여덟 차례의 왕실 파산을 선언했고, 이후 유럽의 후진국으로 서서히 몰락했다. 과도한 나랏빚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왕조와 나라들을 나락으로 빠뜨린 무서운 지불청구서다.
짧은 시기에 재정적자 불똥을 끄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트리플에이(AAA)의 국가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스티븐 헤스 부회장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높은 실업률과 불확실한 경기회복은 재정적자 축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로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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