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택가격 급등국
중국·대만 등 주식·부동산값 급등…“한 박자 빠른 긴축정책을”
동아시아의 자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제금융기구에서 나왔다.
세계은행은 4일 발표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대한 세계은행의 경제적 최신정보’ 보고서에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자산 거품을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증시와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자산가격의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매매가 특히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확대와 대출 상환 연기 정책 등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주택가격은 지난 3분기에만 16% 급등했다. 홍콩과 대만의 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6~8% 상승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유동성 과잉이 자산가격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중국에서 올해 들어서만 은행 신규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만큼 증가해, 국내총생산 대비 141%에 이른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중국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은행은 “유동성 확대가 이들 나라에서 자산가격 거품의 연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올해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에 견줘 18% 늘었고, 주택가격은 4.1%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0개월 동안 73% 뛰었다.
자산 거품 우려는 동아시아지역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 리스크(위험)’에서 나왔다. 세계은행은 올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1.4%포인트 높은 6.7%로 상향조정했다. 중국은 통화팽창과 4조위안(약 68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3분기 8.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한편에선 이로 인한 자산 거품의 우려 또한 키우고 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추가적으로 재정확대 정책을 쓸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더블딥(이중침체)을 포함한 ‘하강 리스크’의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산시장의 거품이라는 ‘성장 리스크’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들보다 한 템포 빠른 긴축정책을 펴 과잉유동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변동성이 큰 외부 자금의 막대한 유입에서 파생되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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