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로스 “거대한 붕괴 시작” “유혈사태 올수도”
가격지수 2년간 41%↓…중기대출은행 CIT 파산임박
가격지수 2년간 41%↓…중기대출은행 CIT 파산임박
월가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이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윌버 로스와 조지 소로스 등 억만장자 투자가들이 일제히 경고에 나섰고,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회사 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가 로스는 지난 30일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거대한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치의 모든 요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동시에 가고 있다”며 “사무실 임대율이 내려가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반면, 차입자본율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는 미국 정부의 은행 부실자산 처리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펀드 매니저 9명 중 한 명이다.
소로스도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중부유럽대학이 주최한 강연에서 “차입과 상업부동산 시장에 유혈사태가 올 수 있다”며 “이런 요인들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 계속 될 것이며, 미국 소비자들은 더는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조사 회사인 리얼캐피털어낼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판매는 1990년대 초반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발표된 무디스의 상업용부동산 가격지수는 2007년 10월 이후 무려 41%가 하락했다.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3분기 17%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이며, 쇼핑센터 공실률도 92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주엔 대형 상업용 부동산 대출업체인 캡마크파이낸셜그룹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이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와 맞물려, 중소기업 대출은행인 시아이티(CIT) 그룹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이 대두되며 중소 금융회사들의 연쇄 파산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31일 총 710억달러 자산 규모의 미국 20위권 은행인 시아이티가 “이르면 1일이나 2일 뉴욕 파산법원에 보호를 신청하게 될 것”이라 전했는데, 현실화할 경우 미국 역사상 5번째 규모의 파산이 된다. 특히 시아이티 파산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악화시켜 중소 금융회사를 중소기업 파산과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밀어넣을 수 있다. 중소 금융회사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전체 대출의 30%를 차지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쪽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연준의 케네스 비닝 국장은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초청 세미나에서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이 올해 말부터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일부 은행의 흑자 전환은 주로 주식 거래에 따른 것”이라며 “은행들의 대출영업 실적이 실제로 나아지지 않으면 상업용 부동산 부실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 쪽은 긴급진화하는 모양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은 29일 시카고경제클럽 연설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또다른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문제가 각별히 어려운 것은 여전하나,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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