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문 2013년까지 매각
유럽 최대 금융사 가운데 하나인 아이엔지(ING) 그룹이 쪼개진다. 이는 금융계의 ‘대마불사’ 관행을 바꿔놓겠다는 유럽 금융정책의 산물이다.
시장이 실패하더라도 몸집이 크면 클수록 쉽게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론은 몇몇 금융사에 위험을 집중시켜 금융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1조3700억유로(2조540억달러)의 자산을 지닌 네덜란드계 아이엔지 그룹은 26일 온라인뱅킹업체인 아이엔지다이렉트유에스에이와 보험 부문 등을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엔지 보험 부문은 연수입으로 보험사 가운데 세계 6번째로 많고, 장부가치는 220억유로에 이른다. 아이엔지다이렉트유에스에이는 약 77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온라인은행으로는 미국 내 15위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이엔지의 몸집 줄이기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압력과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아이엔지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구제금융과 280억유로의 채무 보증을 통해 연명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로 이미 9120억유로의 자산손실을 본 아이엔지는 지금의 몸집을 45%정도 더 줄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엔지의 자산 매각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정부의 압력”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로서 정부의 주문을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다.
아이엔지뿐 아니라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도 정부의 압력으로 몸집을 45%정도 줄이기로 했고, 영국의 로이드뱅킹그룹,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구제금융을 받은 다른 거대 금융사들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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