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거대금융사 보수 20% 증가 ‘사상최대’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제 월가에서 경제위기는 옛말이다. 미국이 경제위기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지만, 정작 위기를 불러온 월가는 올해 사상 최대의 보수 잔치를 준비중이다. 한때의 굴욕을 뒤로 하고, 금융제국의 부활을 다시 꿈꾼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월가의 23개 거대 상업은행, 투자은행, 헤지펀드 임직원들의 2009년 보수 총액이 지난해에 견줘 20% 늘어난 1400억달러(약 161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상 최대치였던 2007년의 1300억달러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들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의 임직원은 평균 14만3400달러의 보수를 받는다. 보수엔 월급과 건강보험 지원, 퇴직금, 스톡옵션 등이 포함된다.
보험사 에이아이지(AIG)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너스 잔치’ 파문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월가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외부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 지난해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바짝 몸을 낮췄던 때와도 분명 다른 모습이다.
월가의 23개 거대 금융사들은 자산시장의 빠른 회복 덕택에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의 3450억달러보다 많은 437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해고를 통한 비용 삭감과 경쟁사들의 파산도 살아남은 월가 금융사들의 수입을 늘렸다.
구제금융의 집행 내역을 감시하는 미국 의회 특별감사팀은 이날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고도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해 파문을 야기한 ‘에이아이지 사태’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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