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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자업 살아났지만…내수시장 확충 ‘발등 불’

등록 2009-09-13 20:23수정 2009-09-13 23:24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국계 전자회사 아이엠 공장에서 직원들이 밀린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 디브이디(DVD)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경제위기 이전보다 주문이 오히려 더 늘었다.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국계 전자회사 아이엠 공장에서 직원들이 밀린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 디브이디(DVD)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경제위기 이전보다 주문이 오히려 더 늘었다.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① 세계경제
“이제 경제위기는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 DVD의 핵심부품인 광픽업 모듈을 생산하는 한국계 대형 전자업체인 아이엠(중국명 아이밍)의 육맹수 부장에게선 자신감이 넘쳤다. 5600명이 2교대로 일하는 이 공장의 생산라인에선, 지난 3일 직원들이 계속 늘고 있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육 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주문이 월 120~190만대로 이전보다 75~80% 급감해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3월부터 주문이 급상승해 현재는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주문이 더 밀려들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기 이전 월 700만대를 생산해 납품했지만, 현재는 월 800만대 이상으로 주문이 늘었다. 지난해말 위기가 닥치자 주변 경쟁기업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것과 달리 이 회사는 기본급을 주면서 쉬게해 고용을 유지했고, 주문이 회복되자 직원들이 곧바로 복귀해 차질없이 생산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DVD 광픽업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세계의 공장’ 둥관 IT생산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

둥관은 중국과 세계 경제를 잇는 중요한 다리다. 서울의 4배 면적에서 일부 도심 지역을 뺀 도시 전체에 전세계에서 몰려든 기업들의 공장이 늘어서 있다. 대만계와 홍콩계가 각각 3만여곳씩이고 한국, 일본계 기업을 합쳐 5천여곳 정도다. 대부분 부품, 반제품 형태로 생산해 전량을 해외로 수출한다. 전세계 전자 부품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둥관의 불이 꺼지면 전세계 IT업계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금융위기는 둥관을 강타했다. 세계 시장의 침체로 수출길이 막히자, 약 200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둥관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1년, 둥관엔 환호와 한숨이 공존하고 있다.

둥관시 통계를 보면 7월 가공무역계약 승인은 2684건으로 전달보다 20% 늘었다. 수출 주문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전세계 시장의 회복세가 뚜렸하게 감지된다. 이곳에서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 사장은 “지난 6~7월부터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 현재 주문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주문량이 계속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 전자업 살아났지만…내수시장 확충 ‘발등 불’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방·완구·신발 등은 힘들어
작년보다 주문량 수십% 줄어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회사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대만계 신발업체의 천충셴 사장은 “최근 주문이 아주 약간 회복되긴 했지만 꾸준하지 않고, 조금 회복됐다 다시 줄어드는 것을 반복하는 불안한 상태”라며 “나아진 것은 전자업체들뿐이고 다른 쪽은 다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89년부터 21년째 신발 밑창을 생산해 아디다스 등 세계적 업체에 납품해왔다. 천 사장은 “금융위기 뒤 주문이 50% 줄었고, 둥관 신발업체 중 15%는 파산하거나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 회사는 1400명 정도의 직원을 지금도 3조로 나눠 교대로 쉬게 하고 있다. 그는 “어쨌든 신발은 일상용품이니까 언젠가는 회복될 것으로 믿고 버틴다”며 “그러나, 미국시장이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둥관과 선전에서 20년 가까이 완구업체를 경영해온 한 기업인은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크리스마스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완구업계의 최성수기인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주문이 30~40% 줄었다”며 “4~5월보다는 주문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회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 분야는 중국 정부 내수부양책의 초점이 맞춰진 부분이라 상황이 좋아진 것 같고, 나머지 가방, 완구, 신발 등은 모두 힘들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둥관의 기업들은 때아닌 ‘인력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께부터 전자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로 인력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그 파급 효과로 전 산업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광둥성 통계국이 최근 이 지역 598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2분기에 6만3000명의 고용이 늘었다. 업체들은 20%씩 임금을 올려줘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지난 4일 찾아간 둥관 최대 인력시장, 젊은이들이 거리에 빽빽히 붙은 구인 벽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의 한 가게 주인은 “내일 여러 전자업체들이 와서 대규모 채용 행사를 연다”며 “요즘은 인력이 모자라 이런 행사가 여러번 열린다”고 했다. 인력부족 현상이 안정적인 경제 회복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인들은 지난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공들이 올해 춘졔(설) 이후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일자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둥관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출→내수 기업 전환 험난
중국국내시장 확대 길 멀어

 불안한 회복세를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는 이 지역 기업들이 성장중인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독자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최근 광둥성이나 둥관 정부는 이 지역 외국투자기업들에게 공문을 내려 보내 단순임가공업에서 내수 판매도 할 수 있는 독자기업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둥관시 정부는 저임금에 의존한 단순임가공업은 퇴출시키고, 고부가가치와 고기술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곳 수출기업들 역시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절감하고 있지만, 아직은 변신을 주저한다. 부품만 생산해 납품하는 하청기업이 많은데다, 독자기업으로 전환하면 원자재 구입부터 기획, 판로 개척까지 다 도맡아야 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신발 업체의 천 사장은 “우리는 바이어의 주문대로 신발 밑창만 전문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완성품 업체로 전환해 내수기업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계속 밑창만 생산하돼, 내년부터는 중국 업체와 제휴해 중국 내수용으로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완구업체 S사의 사장은 “중국 부자들이 아이들에게 완구를 사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미국· 유럽 시장은 안전기준이 까다로운 고급제품 위주지만 중국 완구 내수시장은 저가 제품 위주여서 수출용 제품이 내수시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둥관(광둥성)/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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