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 개선돼야 내수↑
‘중국이 미국 되고, 미국이 중국이 될 것인가’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고 있는 세계가 지난 1년 동안 던져온 절박한 질문이다. 코트라(Kotra) 베이징무역관의 박한진 부장은 “경제위기 이후 지난 1년은 미국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자린고비와 빚잔치의 역할을 바꿔보려고 역할극을 한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은 성장률을 높이려고 저가 대량 수출에 매달리고, 미국은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값싼 중국산 상품의 혜택을 누리며 대량소비를 계속했다. 이런 위험한 동거가 너무 오래 계속돼 경제위기가 폭발했고, 그 해법으로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중국은 소비를 늘리려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빚더미에 오른 미국은 최근 소비를 줄이면서 저축률이 급상승했고, 중국 정부는 정신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은행들도 올 상반기에 7조3천억위안의 대출을 풀었다. 중국이 구호로 내건 올해 8% 성장률 달성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아시아의 주도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고, 이번 경제위기가 ‘중국의 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구조 대수술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내수 혁명’의 기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올 상반기 GDP 성장률 7.1%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41%로 수출 총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21.8% 감소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이긴 하지만,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내수 침체 현상은 뚜렷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0%, 아시아국가들 50~60%인데, 중국은 35%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대규모로 세금을 감면해주고 보조금을 줘 자동차와 가전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이런 ‘무늬만 내수’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경기부양책과 신규대출로 풀린 막대한 자금이 거대 국영회사가 주도하는 철도, 도로, 공항 등 인프라 사업에 집중돼 민간 부분과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내 고용의 7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부분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어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경제구조 혁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철저한 불균형 성장전략을 밀어부치면서 파탄에 이른 사회복지망이다. 중산층은 성장했지만, 급상승한 의료·교육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저축과 부동산 투자 등에 매달릴 뿐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전체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농민들은 돈이 없다. 류웨이 베이징대학 경제학원장은 <중국경제> 최근호에서 “중국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주요 원인은 내수 부족 문제”라며 “국민소득이 정부, 기업에 집중되고 민간소득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 68%에서 2008년 59%로 떨어졌다. 수입이 부유층과 고소득층에만 집중되고. 농민의 수입은 도시 주민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내수와 시장 확대가 전체 인구의 45%인 도시 주민에만 의존하는 것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인들이 돈을 쓰고 내수를 통해 중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보장 제도 개선과 빈부격차 해소 등 사회개혁이 핵심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의료, 교육, 신농촌 양로보험 등 사회보장 개혁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개혁의 성패가 중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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