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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500만명 실업에 소비 꽁꽁…‘더블딥’ 우려도

등록 2009-09-13 19:25수정 2009-09-14 01:54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변동률 추이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변동률 추이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① 세계경제
* 더블딥 : 이중침체
1년 전인 지난해 9월14일(현지시각) 미국 월가의 금융공룡 중 하나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158년 생애의 부고장을 돌렸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풍미하던 거품경제의 종말과 함께 미국과 중국 등을 둘러싼 세계경제 지도의 격변을 일으킨 월가발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금융위기 1년 만에 세계경제는 주식 같은 자신시장이 회복했는데도 실업 증가 등으로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에서는 한파가 여전하다. 천문학적인 재정투입 효과가 시들해지면서 경기가 다시 바닥으로 치닫는 ‘더블딥’(이중침체)이나 장기 경기하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1년 동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변화상을 통해 미래 흐름을 가늠하는 기획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금융위기 1년, 세계최강국 미국 국민들은 피폐하다. 요즘 각종 경제지표들은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주식·부동산도 다시 오르고 있다. 늘 그렇듯 일반 시민들의 삶은 통계수치보다 한참 늦다. 최근 <시엔엔>(CNN)과 <오피니언 리서치>의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87%가 ‘미국경제가 침체상태에 있다’고 했고, 70%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 <시엔엔> 여론조사국장인 키팅 홀란드는 “경제학자들은 경기후퇴가 끝났다고 하지만, 미국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식·부동산 다시 올라도
미국민 87% “경제 침체”

모기지(주택저당증권)를 못 내 집을 빼앗기는 경우는 미국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 사는 마이크 앨런(41)은 최근 아내와 15살난 딸과 함께 부모님 집으로 이사했다. 트럭 회사를 운영했던 그는 사업자금으로 50만달러를 빌렸지만, 트럭이 안 팔려 모기지로 샀던 수백만달러짜리 집을 은행에 내놓고 빈 손으로 나왔다.

최근 미 모기지은행협회 발표를 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주택담보 대출자의 4%가 주택 압류를 당했고, 9%는 한 번 이상 원리금을 연체했다. 집값 거품이 심했던 플로리다주에서는 대출자의 12%가 주택 압류를 당했다. 최근 주택 판매통계가 4개월째 증가세인 이유 중 하나가 싼 값에 나온 압류주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압류 주택 판매가 마무리되면, 주택거래가 다시 위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인들을 이보다‘실업의 공포’가 더 두렵다. 8월 실업자 수는 약 1500만명으로 공식실업률은 9.7%. 직장 구하기를 포기해버린 ‘실망실업자’와 초단기 일용근로자 등을 합하면 미국의 실질실업률은 16.8%에 이른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미국 사람 6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의 고통의 겪고 있는 셈이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클리포드 쉐필드(43)는 한때 주당 2000달러를 받았다. 지금은 한 달 1300달러의 실업급여로 생활한다. 그는 “술도, 담배, 친구도 끊었다. 먹기도 덜 먹는다. 그래서 20파운드(9㎏)가 줄었다”고 말한다.


카드 안쓰고 생활비 줄여
“소비 예전의 86% 그칠것”

2007년 12월부터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된 뒤 6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내년 초에는 공식실업률이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문에 해고통보를 받았을 때 행동요령이 소개될 정도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3%가 직장을 잃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2일 “실업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수년간 이런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소비가 살아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검소해지고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안 쓴다. 지난 7월 소비자신용(2조4721억달러)은 올해 2월 이후 여섯달 연속 줄었다. 6개월 연속 소비자 신용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덕분에 월마트와 맥도날드 매출이 늘고,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는 사람이 늘고, 트럭에 차려놓은 길거리 음식점 매출이 늘고, 이발도 집에서 하느라 이발도구 매출도 늘고 있다. 조사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미국인들이 경기회복 이후에도 소비는 이전의 86%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 신호가 계속 나온 지난달 갤럽 조사에도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재정적자로 금리상승·인플레
W자형 경기회복 가능성도

미국에서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미국경제의 회복은 민간소비보다 대규모 재정투입의 결과다. 그 대가는 재정적자다. 올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1조8410억달러로 추정된다. 여기에 의료보험 개혁,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고령인구 증가, 사회보장 비용 증가 등이 기다리고 있다. 재정적자가 심해지면, 금리 상승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를 피하기 힘들다. 가뜩이나 오그라든 미국의 소비를 또한 번 위축시켜 경기회복의 싹을 잘라버리고, 나아가 경기가 다시 바닥으로 치닫는‘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회복되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정부 부양책으로 경기가 되살아난 뒤 다시 침체되는 이른바 더블유(W)형 경기전개 양상을 우려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 딘 베이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장

“실업률 호전 2014년까진 힘들듯”

“소비 감소로 경제회복 지연 예상
공급과잉 여전 부동산 값 하락”


딘 베이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장
딘 베이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EPI) 소장은 금융위기 1년을 맞아 “재정적자보다 더 나쁜 게 경기침체”라며 “각국이 일반 노동자들의 생활수준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경제도 지속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그는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해서라도 실업을 완화시키는 등 중산층 생계안정에 힘써야 경제도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경제회복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나?

“3~4분기에는 꽤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 1분기가 되면, (재정확대 등) 거시경제에 준 자극이 거의 소멸해 성장 속도는 둔화할 것이다. 미 의회예산처는 2014년까진 실업률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봤다.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또 한 번 금융권으로 옮아오거나, 시중금리가 갑작스레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회복 시기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앞서 부동산과 주식이 먼저 오르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

“부동산은 일시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부동산값은 확실히 떨어진다. 공급과잉 상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수직낙하했기에 현 수준의 반등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몇 달 안에 주식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순진하게도 ‘나쁜 시기가 다 끝났다’고 믿는다.

-경제가 회복돼도 미국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을 것 같다. 이 점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 소비자들은 검소해질 것이다. 돈이 없다. 90년대는 주식, 2000년대는 부동산 버블에 의해 미국 소비가 유지됐다. 그런데 미 소비자들은 부동산에서 6조달러, 주식에서 6조달러 이상을 잃었다. 소비하지 않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는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고, 실업 해결에 어려움을 준다. 단기적으론 고용을 끌어올릴 유일한 길은 지금처럼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가 경기부양과 재정적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경기침체는 재정적자보다 훨씬 나쁘다. 사람들의 삶을 피폐시키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실업과는 상관없는, 실업을 야기한 사람들이다. 침체기의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재정적자 수준이 정부 신용을 위협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

-금융위기 이후 영·미 경제모델 후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지난해 위기는 분명히 (시장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영·미 모델의 실패, 그리고 그 모델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영·미 모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영·미 모델로부터의 이탈은 실제로 일어나기보단, 레토릭(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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