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유동성 흡수시 회복지체 ‘딜레마’
석유 등 원자재값 급등도 우려
* 더블딥 : 경기 상승후 재하강
석유 등 원자재값 급등도 우려
* 더블딥 : 경기 상승후 재하강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각국의 통화재정정책 탓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경고해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은 루비니 교수는 23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세계 경제는 올해 2분기부터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시작했으나, 이는 대공황 수준에서부터의 재고 처분과 생산 회복에 의해 추동되는 급격한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식의 경기회복이 2분기 정도 지속된 뒤 최소한 2년 동안 저성장을 면치 못하는 ‘유(U)자형 회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자형 경기회복의 근거로 고실업 등을 들었으나, 경기침체에 대처하려는 각국의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의 출구전략과 관련한 위험성을 들어 더블딥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통화재정정책을 계속하든 그만두든 간에 모두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통화재정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이고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경제회복은 지체되고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결합된 스태그디플레이션에 빠진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해 재정적자를 존속시킨다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고 장기국채의 이자율과 대출금리가 올라가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된다.
루비니는 더블딥을 우려하는 또다른 이유로 원자재 가격 급등을 들었다. 그는 현재 석유, 식량 가격의 급등세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과도한 유동성과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루비니는 지난해 배럴당 145달러의 석유가를 정점으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친 것처럼, 현재 세계 경제는 투기 수요가 석유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밀어올릴 경우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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