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레 볼트 내년말 출시
프리우스의 값 2배 ‘부담’
자체 연비시험에 의심도
프리우스의 값 2배 ‘부담’
자체 연비시험에 의심도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가 지난달 회생절차를 마무리해 새롭게 태어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11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2대 자동차업체인 지엠은 1갤런(3.8ℓ)의 기름으로 230마일(368㎞)을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를 내년 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1ℓ로 자동차가 98㎞까지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볼트의 연비는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자동차 가운데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도요타 프리우스보다 다섯 배나 높다. 지엠이 수익성이 떨어져 중국 업체에 넘기기로 한 허머의 연비(휘발유 1ℓ당 4㎞미만)에 견주면 무려 25배의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미국 자동차들의 평균 연비는 1ℓ당 8㎞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고유가 시대 ‘기름먹는 하마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 파산의 문턱을 넘었던 지엠이 새로운 생존의 돌파구로 친환경, 고연비 차량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프리츠 헨더슨 지엠 최고경영자는 이날 “우리는 지엠의 문화를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지엠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볼트가 시동을 건 뒤 전기로만 40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휘발유를 연소해 소형 내장 엔진이 전기를 생산하면 최대 300마일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엠은 통근 미국인 10명 가운데 8명이 하루 40마일 이내 거리를 출퇴근한다는 미국 교통부 통계까지 인용해가며, 출퇴근용 자동차로서 볼트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지엠에 출퇴근용을 강조하는 이면엔 볼트가 다른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한 번 충전으로 운전할 수 있는 거리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볼트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을 낳는 몇 가지 문제들이 더 있다. 아파트 거주자나 길거리에 주차해야 하는 운전자에겐 전기차를 매일 충전하기란 골치 아픈 일이다. 저렴하긴 하지만 전기료도 무시할 순 없다. 지엠은 100마일 주행에 약 2.75달러의 전기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있는 프리우스의 거의 갑절인 가격(약 4만달러)도 소비자에겐 부담이다.
지엠이 자체 시험을 통해 발표한 볼트의 연비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자동차 전문가의 말을 빌어 “연비는 운전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연비를 공인해주는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날 성명을 내 볼트를 시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엠이 주장하는 연료의 경제적 효율성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각사 친환경자동차 1ℓ당 주행거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