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별 실업률 추이
아직 정부지출에 의존…소비 여전히 ‘싸늘’
실업 등 체감경기 개선엔 시간 걸릴듯
민간투자 감소세 둔화는 긍정적 신호
실업 등 체감경기 개선엔 시간 걸릴듯
민간투자 감소세 둔화는 긍정적 신호
미국의 경기침체 속도가 주춤해지면서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3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른다. 그러나 실업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그래프 위 바닥 치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일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성장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성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은 같은 방송에서 “경제가 바닥을 쳤으며, 7월 중순부터 반등을 시작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가장 분명한 어조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특히 “3분기에 2.5% 성장도 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로 지난 두 분기의 -6~-5%대의 급속한 추락을 이어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세부 항목을 봐도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볼 근거가 적지 않다. 5월 20개 대도시 집값이 3년만에 올랐고, 6월 주택판매량은 8년만에 최대 폭인 11%나 증가했다. 기업투자 감소세도 둔화돼 제조업 경기회복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는 7년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정부소비가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1.2%로, 전분기의 -0.6%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미국 대도시 쇼핑센터 매장에는 몇 차례에 걸친 ‘세일’로 빨간 딱지가 가격표 위에 더덕더덕 붙어있고, 평일 매장은 한산하다. 기업들의 감원행진으로 고용이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 당국자들도 이를 우려한다. 6월 실업률이 1983년 이후 최고인 9.5%였는데, 7일 발표되는 7월 실업률은 9.7%로 추정된다. 올해 안에 1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머스 위원장과 가이트너 장관이 ‘하반기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고용에 대해 “시간이 걸린다”며 인내를 당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머스 위원장은 “성장으로 반전되더라도, 고용은 당분간 심각할 것”이라고 했고, 가이트너 장관은 “실업률이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가이트너 장관은 실업수당 지급을 올 하반기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2일 “실업수당을 모두 받아 연말에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실업자들이 1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실업자들에게 46~79주간 실업수당을 지불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