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월가 주요 은행의 보너스
구제금융 9개 은행, 작년 5억~86억달러 상여 지급
‘월가’의 공룡은행인 씨티그룹은 지난해 277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450억달러의 구제금융과 3060억달러의 은행 자산에 대한 보증을 서주지 않았다면 파산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임직원 738명에게 53억3000만달러의 보너스(상여)를 지급했다.
미국민들의 혈세 투입으로 겨우 연명할 수 있었던 월가가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은 30일 구제금융을 받은 9개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 각각 적게는 4억7천만달러에서 많게는 86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씨티그룹을 비롯해 메릴린치와 웰스파고는 금융위기로 수백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면서도 임직원들에게 많게는 수십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행태를 보였다. 손실을 보충할 수백억달러의 자본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이들 은행의 보너스 잔치는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실적을 내긴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너스로 지출했다. 시장논리에 따르더라도 월가의 보너스는 분에 넘치는 잔치다.
쿠오모 검찰총장은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고용인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보상체계엔 어떤 뚜렷한 원칙이 없다”며 “은행들의 실적이 매우 저조해 납세자들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조차, 은행의 임직원들은 여전히 두둑한 보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고액연봉이 없다면 우수한 인재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너스 지급은 연초 이사회 의결로 결정되는, 기업의 자율적 권한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고액연봉이 과도한 위험을 떠안고 단기 실적에 치중하도록 부추겨 결국 시장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주요·신흥(G20) 정상회의에서도 과도한 보너스를 제한해야 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미국 의회는 금융사들의 과도한 보상체계를 금융감독 당국과 기업의 주주를 통해 제한 및 견제하는 법률을 제정중에 있다. 또 백악관은 케네스 파인버그를 ‘급여 차르’에 임명해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 최고경영진들의 보너스를 감독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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