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 추이
5월 가격 전달보다 0.5%↑
경기회복 낙관에 신중론도
경기회복 낙관에 신중론도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 주택시장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8일 미국 주택시장의 가늠자인 케이스실러지수로 본 20개 도시의 5월 주택가격이 전달에 견줘 0.5% 올랐다고 발표했다.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7월 정점을 찍은 이후 34개월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32.6% 하락했다. 피닉스 등 일부 대도시의 집값은 반토막이 났었다.
주택가격의 상승 반전은 저가 매수에 크게 힘입었다. <뉴욕 타임스>는 “3년 동안 지속된 가격하락으로 마침내 주택이 매수자를 유혹할 만큼 충분히 저렴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8000달러 세액공제 등의 지원도 주택 수요를 촉진시켰다.
최근 발표된 주택 관련 각종 지표가 호전되면서 주택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진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규 및 기존주택 판매건수가 지난달까지 석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서 주택 착공건수와 건설경기지수의 상승도 주택경기 바닥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택경기 회복을 지연시켰던 재고물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연초 기존주택 판매량의 50%를 차지했던 압류주택 물량은 최근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회복 국면에 완전히 접어들었다고 보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뉴욕 타임스>는 “반전하는 주택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요인은 지난달 이미 9.5%에 다다른 실업률이다. 곧 두자릿수를 기록할 실업률은 주택 신규 수요를 둔화시키고, 실직자들의 주택 압류를 늘릴 수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빌어 올 미국 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17.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주택가격이 1년 전에 견줘 17.1% 하락한 만큼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수년 동안 횡보 추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명한 건 2003년 수준으로 하락한 미국의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지 않고서는 미국 경제의 동력인 소비 부문이 쉽게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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