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 추이
‘한국과 FTA협상’ 호주의 농축산업 현장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한때 72.7%
50% 관세 철폐시 축산농가 타격 예상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한때 72.7%
50% 관세 철폐시 축산농가 타격 예상
지난달 23일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캔버라를 출발한 버스는 내륙 쪽으로 계속 내달렸다. 차창 밖 풍경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목초지의 연속이었다. 한국언론재단(KPF) 지원을 받은 취재단이 탄 버스는 5시간이 지나서야 얀코 지방에 있는 록데일비프사 앞에 멈췄다.
일본의 미쓰비시와 이토햄이 1989년 설립한 이곳은 미국과 일본, 한국 등 부드러운 쇠고기를 선호하는 해외 소비층을 겨냥해 앵거스종을 대량 사육하고 있었다. 절반은 오스트레일리아 내수용이다. 2000㏊에 이르는 거대한 농장에선 최대 5만3000마리의 소가 사육된다. 폴 트로자 록데일비프 총괄 지배인은 “한국은 훌륭한 쇠고기 시장”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쇠고기가 큰 논란거리가 됐는데, 우리와의 협정에선 그런 문제점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오스트레일리아산의 비중은 재작년 72.7%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로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청정 쇠고기의 이미지를 지닌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우려로 주춤거리는 사이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값도 미국산보다 40%쯤 비싸게 한국에 수출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쇠고기의 경쟁력은 수치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한국의 축산농가가 가구당 평균 12마리의 소를 키우는 데 반해 오스트레일리아는 가구당 133마리의 소를 사육한다. 한국은 약 230만마리의 한우를 사육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는 2400만마리의 소를 기른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총괄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 잰 애덤스 국장은 “우리 쇠고기의 경쟁 상대는 한우가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수입 쇠고기 시장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한국 축산농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이래 2001년부터는 한국의 쇠고기 자급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현재 약 40%의 관세를 적용받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무관세로 들어오면 경쟁력은 훨씬 높아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 가운데 농산품의 비중은 16%로 광물자원(63%)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오스트레일리아가 2006년 한국에 먼저 제안한 자유무역협정의 첫 협상은 지난 5월 열렸다. 두 나라의 민간 공동연구에서 한국 쪽 모델로 분석했더니,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세 배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모델로는 양국의 성장률이 엇비슷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느 나라 모델로 분석하든 오스트레일리아가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무역량 증대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코트라(KOTRA) 관계자는 26일 “오스트레일리아로선 손해볼 게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농축산업과 금융·교육·로펌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개방을 서두른다면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에 빛보다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2차 협상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시드니 캔버라 뉴캐슬/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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