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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2~3년내 꺼질 불씨 아니다”

등록 2009-06-07 20:49

금융위기와 금융시장 불안지수
금융위기와 금융시장 불안지수
[전문가와 함께 보는 국제현안] 세계 금융위기 해소됐나
“100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하다던 세계 금융위기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한 이후 아홉달이 지났다. 전세계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막히면서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10개국 이상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세를 졌고, 실물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3월 이후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선언마저 나온다. 하지만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 연구위원은 “불씨가 남았다”며 “2~3년 내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기회복 조짐, 정부 지출정책 따른 일시적 반등
달러위기·상업용 모기지 부실등 새 불씨 가능성

금융위기가 어디쯤 와 있나.

“지금 위기가 끝났다고 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 불은 껐는데 불씨 청소작업이 남았다. 불을 끄면서 물을 너무 많이 뿌린 탓에 새로운 위험(리스크)마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재정적자로 인한 ‘달러 위기’,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과 상품시장의 새로운 붐은 또다른 버블을 만들 수 있다. 위기는 2~3년 안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스템이 무너져 생긴 이번 위기는 앞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큰 고비는 넘긴 것 아닌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패닉 증상을 보였던 유동성 각축전은 많이 완화했다. 또 자산 1천억달러가 넘는 미국 대형은행에 대한 자산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나 1분기 금융권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서, 안도감이 확산됐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은행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1분기 실적이라는 게 시가평가제 유예 등 회계기준 완화로 개선된 성격이 짙다. 숨겨졌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은행 실적이 제대로 개선됐느냐는 2분기 이후 다시 쟁점화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불씨가 될만한 부분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쪽 문제는 대부분 드러났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더 안전한 담보를 가졌다는 ‘알트에이’(우량과 비우량 사이 모기지)나 ‘프라임’(우량) 모기지 쪽에서 연체율이 커지면서 금융부실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 기업경기와 연계된 상업용 모기지의 부실도 경기하강을 가중시키거나, 경기회복을 제약할 요소다. 달러위기도 새 불씨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달러 약세의 문제가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각국의 환율 안정성을 해치고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덩달아 국제유가나 상품가격도 불안정한 양상을 띄면 세계경제 회복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3~4분기로 가면서 상업용 모기지나 신용카드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실물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안정에도 보탬이 되지 않겠나.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기회복 조짐은 과도하게 떨어진 데 대한 반사효과와 돈을 퍼붓는 정부의 정책효과로 인한 일시적, 기술적 반등 성격이 짙다. 펌프에 마중물을 넣어 샘물이 올라와야 하는데 그걸 중개하는 금융시스템 자체가 미약해,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문의 과잉부채에 따른 채무재조정으로 저축률이 올라가고 소비가 줄고 있다.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도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말한 것처럼 정상적인 경기회복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다. 이번 경기회복은 ‘W’(회복 뒤 하강 반복)자 회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 부채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이번 위기를 장기화시키는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까지 전 세계 금융권 부실이 약 4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경기가 다시 하락하면 부실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낮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성장을 해온 ‘대완화’ 시대는 끝났다. 재작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상승)을 걱정하다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엔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하락) 공포에 시달렸다. 그런데 다시 인플레를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닻이 없어져, 거시경제의 변동성과 불안전성이 커졌다.”

동유럽이나 영국에서 위기가 도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동유럽에 리스크가 많이 노출돼 있는 오스트리아 등은 유럽 내 금융시스템에서 비중이 큰 곳이 아니다. 유럽 대형은행들의 동유럽 리스크 노출 또한 크지 않다.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유럽은행들의 문제는 미국 은행들보다 레버리지(차입 비율)가 높고, 유럽 내 금융보호주의가 싹트면서 처하게 될 어려움들이 크다는 점이다. 유럽 은행들은 당분간 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중 하나이긴 하지만, 영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어도 미국처럼 세계경제를 흔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차례는 미국’이라는 신호를 주면서, 미국을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장보형 연구위원
장보형 연구위원
장보형 연구위원은 국제금융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중 한명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와이즈 인포넷에서 국제금융 동향을 리서치해왔으며, 3년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로 옮겨 금융시장팀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공저자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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