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10개 사업 매각…자본 확충노력
미국 최대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는 12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가에 있는 일본 본사 건물을 일본 최대 보험사인 닛폰생명보험사에 12억달러를 받고 팔았다. 황거(일왕이 사는 집)가 내려다보이는 15층짜리 이 건물은 미국 금융사의 일본 진출의 상징물이다.
20~30년 전부터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몸집 불리기에 치중해온 서구 금융사들이 이제는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자산을 팔아 빚을 갚거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보전할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또 다각화한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주력 부문을 중심으로 금융사를 재편해 생존을 꾀하려는 구조조정 노력의 일환이다.
세계 130여개국에서 사업을 벌여온 에이아이지는 타이에 있는 에이아이지카드사를 파는 등 최근 10개의 사업 부문과 해외 법인을 팔았다. 에이아이지는 자산을 팔아 정부에서 받은 1825억달러(약 226조원)의 구제금융을 갚을 계획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자산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서 339억달러의 자본금 확충 ‘명령’을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중국건설은행의 지분 등을 팔아 자본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1월 사들였던 일본의 닛코 코디얼 증권사를 79억달러에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 팔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은행들의 자본 확충 노력이 “미국 일부 거대 은행들을 작게 분해해, 좀더 경영하기 쉬운 크기로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은행들도 현금을 확보하려는 자산 매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비에스는 방코팍투알을 브라질의 투자은행에 25억달러를 받고 되팔기로 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유럽 최대 은행인 에이치에스비시(HSBC)는 뉴욕과 런던, 파리에 있는 본사 건물을 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거대 다국적 은행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초반까지만 해도 쓰러지는 경쟁업체를 집어삼키며 덩치 키우기 경쟁을 계속 펼쳤던 것에 비추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너무 비대한 은행들이 자칫 전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퍼진 것도 은행들의 몸집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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