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증시 추이(MSCI 신흥지수)
원자재 수출값 상승…중국 경기부양 효과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60%↑
“아직 침착할 때” 과열 우려도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60%↑
“아직 침착할 때” 과열 우려도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주 외환시장에 두 차례 개입해 달러를 풀었다. 레알화 가치의 급등을 막으려는 조처였다. 지난해 7월 외환시장에서 1달러로 2.3945레알화를 살 수 있었지만, 지난 주말엔 2.0625레알화로 줄었다. 레알화 가치가 약 14% 올랐다는 뜻이다. 불과 몇 달 전 세계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레알화 가치가 50%나 급락한 쓰라린 경험을 겪어야 했던 데 비하면, 이런 환율시장 개입은 격세지감이다.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이 다시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 등 23개 신흥시장 증시로 구성된 엠에스시아이(MSCI) 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은 이후 약 60% 상승했다.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같은 기간 75%나 치솟았다. 러시아의 에르테에스(RTS) 지수도 지난해 저점 이후 80% 이상 급등했다.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의 자금이 다시 들어오면서 폭락했던 통화 가치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의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신흥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현지시각) “낙관론의 배후엔, 중국이 거대한 경기부양의 삽을 뜨기 시작했고, 원자재와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세계 경기침체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신호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한 주 동안 국제유가는 10% 올라 6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58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도 지난주 21% 급등했다. 구리와 밀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돼 원자재 가격의 지표로 쓰이는 ‘로이터제프리 시아르비(CRB)지수’는 지난 2월 바닥을 찍은 이후 22%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신흥시장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전세계 펀드에 약 40억달러가 몰려들었다. 주간 단위로 역대 8번째로 많은 액수이고, 2007년 말 이후 최대치라고 메릴린치 등이 밝혔다.
반면 미국에선 같은 기간 9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선진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신흥시장의 회복은 전체 시장에서 신흥시장의 몫과 역할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신흥시장들이 올해 초부터 선진시장 증시의 수익률을 크게 넘어섰다”며 “전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신흥시장의 비중이 지금은 8~1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30~40%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과열 우려도 나온다. 신흥시장의 수출시장인 선진국들의 경제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야 조금씩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탓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장은 최근 “회복의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