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요구받을 듯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평가) 결과 발표를 코앞에 둔 미국 금융권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이번주 세계 금융시장은 이 결과를 놓고 출렁일 전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일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19개 대형 은행 가운데 씨티그룹은 100억달러(약 13조원)의 추가 자본 수혈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테스트의 임시 결과를 인용해 씨티그룹은 최소 50억달러 이상의 자본 확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쏟아부은 450억달러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성장률과 실업 등 영업 환경을 고려해,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을 시나리오별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미국 은행들은 현재 테스트를 실시한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결과를 놓고 논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2년 동안 발생할 손실에 대비한 정부 쪽의 자본 적정성 요구가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의 반발로 당초 4일 발표될 예정인 테스트 결과도 7일로 연기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체이스 두 은행을 제외하곤 많은 은행들이 추가로 자본금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개 안팎 은행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블룸버그 뉴스>는 은행 감독관 출신의 한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의 결과를 토대로 14개 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들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 1분기 흑자로 돌아서면서 금융권의 조기 안정과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른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은 소재다.
결과 발표 이후 은행들에 대한 정부 개입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30일 내 정부에 자본 확충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6개월 내 이행해야 한다.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은행들은 추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어, 장기적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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