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터뷰서 유럽과 타협 뜻
‘금융규제’ 1순위 의제 떠올라
‘금융규제’ 1순위 의제 떠올라
“각각의 나라는 나름의 리듬과 어려움이 있다.”
전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결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제경제 질서에도 다자주의를 채택한 것일까. 4월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2차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위기에 대응하면서 강력한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타협과 양보의 뜻을 밝혔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로 경기부양을 고집하면서 지난 몇달 동안 유럽과 승강이를 벌였으나, 갑자기 화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과 유럽의 ‘타협’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미국의 방향 선회는 ‘전략적 양보’를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영미식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뿐 아니라 규제도 필요하다”며 “많은 국가들이 이미 상당한 경기부양책을 집행한만큼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금융규제를 이번 정상회의의 1순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유럽 쪽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그는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협력의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발언은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단독 입수한 정상회의 사전 합의문 초안에 유럽 나라들이 반대해온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이 왜 태도를 바꿨을까? 우선, 이란의 핵 개발 저지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벌이는 전쟁에서 유럽 쪽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양보를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기로에 선 영미식 자본주의를 줄기차게 공격해온 유럽과의 타협이다. “시장 원칙” “개방된 세계 경제” “세계화” 원칙을 새겨 넣은 2차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은 미국 쪽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자유시장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앵글로 아메리칸 자본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되긴 했지만,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 것이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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