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삼각축 경쟁
[미-유럽-중 각축장 G20] 사흘 앞둔 ‘G20 2차 정상회의’
세계 금융질서 재편을 주도하려는 미국-유럽-중국의 ‘삼각축’ 경쟁이 뜨겁다. 다음달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2차 정상회의는 치열한 대결의 장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이 60년 넘게 패권을 행사해온 미국에 거세게 도전하는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금융 규제와 경기 부양을 놓고 공수를 주고받고 있다. 신흥국을 대표한 중국은 달러 기축통화 체제 등 선진국 중심의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 “전세계 동시에 공격적 경기부양”
EU “추가 경기부양 계획 없다” 반기
중 “새 기축통화 필요하다” 도전 형국 2차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중국’의 등장이다. 1차 회의에서 말을 아꼈던 중국은 최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대체를 요구하는 등 미국과 선진국 주도 금융질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6일 “달러화를 대신하는 새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주장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중국에 동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은 미국 편을 들었다. 유럽연합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신흥국의 대표주자로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개편을 요구해 왔다. 두 기구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로 72년 금-달러 태환제가 무너진 이후에도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뒷받침해 왔다. 미국과 유럽은 신흥국의 국제금융기구 참여 확대를 수긍한다. 하지만 확대폭엔 구체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주도권 다툼은 가장 큰 갈등 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과잉 유동성으로 이번 금융위기가 초래된 만큼, 경기 부양을 빌미로 너무 많은 돈을 풀면 지속적인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전세계가 동시에 더욱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야 한다고 외쳐온 미국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유럽연합은 19일 추가 경기부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럽 속 섬인 영국은 경기부양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 쪽 주장을 옹호해 왔다.
유럽연합은 위기를 불러온 자유방임적인 금융시장의 규제를 강화하는 쪽에 방점을 찍어 왔다. 유럽연합의 중심축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의 (금융) 규제틀을 향해 결연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서양 맞은편의 이런 압력에 떠밀린 미국은 지난주 헤지펀드 감독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금융규제안을 내놨다. 2차 정상회의 실무그룹도 27일 금융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만한 헤지펀드 등 비은행권 자본의 규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미국과 영국이 얼마만큼 양보안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삼각축 경쟁은 힘의 분산과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실효성 있는 합의안의 도출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분명한 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7월,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가 만들어질 때보다 힘의 축이 훨씬 다극화했다는 점이다. 2차 정상회의를 처음 제안한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4월2일은 길의 끝이 아니다. 종착역으로 향하는 한 정거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U “추가 경기부양 계획 없다” 반기
중 “새 기축통화 필요하다” 도전 형국 2차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중국’의 등장이다. 1차 회의에서 말을 아꼈던 중국은 최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대체를 요구하는 등 미국과 선진국 주도 금융질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6일 “달러화를 대신하는 새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주장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중국에 동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은 미국 편을 들었다. 유럽연합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신흥국의 대표주자로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개편을 요구해 왔다. 두 기구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로 72년 금-달러 태환제가 무너진 이후에도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뒷받침해 왔다. 미국과 유럽은 신흥국의 국제금융기구 참여 확대를 수긍한다. 하지만 확대폭엔 구체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요·신흥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28일 런던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서 한 여성이 돈으로 만든 괴물 형상 밑에서 “세계 빈곤층을 위한 정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시위대는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인간 중심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런던/신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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