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들 ‘보너스 환수법안’ 등 규제안에 강력 반발
숨죽여온 금융자본 돌변…정부, 규제고삐 더 죌듯
숨죽여온 금융자본 돌변…정부, 규제고삐 더 죌듯
“매카시의 마녀사냥이 떠오른다.”(한 은행가의 20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
“보수 지급에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의 19일 의회 발언)
위기를 불러온 ‘원죄’ 탓에 숨을 죽여온 금융사들이 미국 의회의 보너스 환수 법안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보험사 에이아이지(AIG)의 ‘보너스 잔치’에 대한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강도 높은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규제를 둘러싼 금융자본과 정부의 힘겨루기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세계 제패를 이끈 ‘월스트리트’와 재무부의 동맹축마저 흔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2일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의 하나로 모든 은행과 월스트리트의 금융사, 일반 기업의 임원 보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기업도 포함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주 하원을 통과한, 구제금융 수혜 기업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90% 환수 법안’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26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의회 청문회에서 모습을 드러낼 규제안은 사각지대에 있던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과 등록 의무화도 포함할 게 확실하다. 또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의 거래 투명성과 감독 강화를 추진하는 등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회사들은 감독 당국의 특별히 세심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본은 워싱턴의 숨통 조이기 정책에 “매카시” “반미국적” “석기시대로의 회귀” 등의 용어를 써가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는 20일 보너스 환수 법안이 “대단히 불공평하다”며 “이러한 조처들은 금융시스템을 회복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에 손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와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이날 정부의 지나친 금융규제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 월스트리트 최고 경영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산업은 금융산업과 미디어, 기술”이라며 “보너스 환수 법안은 이들 가운데 하나를 쏴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언뜻 정부가 칼자루를 쥔듯 보인다. 거대 금융사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에 겨우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민간자본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 정부도 금융계의 거센 반발을 외면하고 규제 강화를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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