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착공, 1월보다 22%↑…작년 대비땐 절반 그쳐
세계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주택시장이 호전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실적이 58만3천채로, 전달보다 22.2%나 늘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1990년 1월 이후 19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선행 지표인 주택건축허가 신청 건수도 54만7천건으로 전달보다 3% 증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주택시장의 긍정적 신호에 주식시장도 호응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8.73포인트(2.48%) 오른 7395.70으로 마감해, 한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이번주 들어 13%나 올랐다. 케이비(KB)홈, 센텍스, 톨 브러더스 등 주요 건설주들이 반등세를 보였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등 금융주들도 수익성 회복 전망 속에 오름세를 보였다.
이제 ‘주택시장과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섰나’라는 질문이 투자자들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웰스 파고 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스콧 앤더슨은 17일 <블룸버그 뉴스>에 “흥분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주택시장이 바닥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18일 경제분석가들의 말을 따 “기관투자가들과 헤지펀드들이 자산시장에 신규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각 부문의 주가를 받쳐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의 호재와 주가 상승세가 경기 회복의 신호탄인지, 일시적 반등인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급작스런 지표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주택신축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시점에 견줘보면 여전히 47.3%나 감소한 수치다.
경제전문가들도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와브의 투자분석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뉴욕 타임스>에 “스튜 맛이 좋아지긴 했지만, 반드시 위기의 숲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버니 컴퍼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알버트 매컬룬은 “단순히 베어마켓(약세장) 속의 반등으로 본다. 투자자들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7~18일 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어떤 정책방향을 제시하느냐가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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