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중소기업인과 지역사회 금융업자, 의회 의원들 앞에서 7억3천만달러(약 1028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설명하면서, 한 참석자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 블룸버그 연합
AIG, 직원에 1억6500만달러 보너스…여론 험악
오바마 정치력 시험대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오바마 정치력 시험대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1800억달러(약 25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1억6500만달러의 거액 보너스를 두고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보너스 지급을 막고 미국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라’고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화가 나 숨이 막힌다”며 “돈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문제”라며 초강경 대처를 다짐했다.
특히 에이아이지는 지난 13일 지급한 1억6500만달러의 보너스가 전체 지불액 4억5천만달러의 일부라고 밝혀,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구제금융이 “부자들을 구제하는 돈잔치”라는 비판을 현실화시켜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시비에스>(CBS) 조사에서 구제금융에 대한 반대가 53%로, 지난해 12월 44%보다 크게 늘고, <퓨리서치>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는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에이아이지의 보너스 지급은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한 실패한 기업 경영진에 대한 보수 제한 조처는 물론이고, 추가 경기부양 예산과 의료보험개혁을 위한 의회 협조를 받아낼 수 있느냐는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80여명의 하원의원은 “경제재건에 필요한 조처를 계속할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을 위해서도 이런 사태를 개탄하는 것 이상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재무부는 법률가들을 동원해 회수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한 보너스를 회수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게 오바마 정부가 처한 어려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지급한 보너스 액수 이상의 변호사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추가지원 하기로 한 3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이 보너스로 지급되지 않도록 규정을 정하는 방안을 찾는 정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에이아이지에 보너스를 받을 임직원의 명단과 실적, 사내 역할 등을 즉각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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