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
“저금리정책, 주택거품 원인 아니다” 항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이 자신의 저금리 정책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낳은 게 아니라며, 정책실패 책임론에 대해 항변하고 나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1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미 주택시장의 거품은 연준의 저금리 정책이 아니라 장기 고정 모기지 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주택 모기지 금리가 11개월 동안이나 미국 집값의 변동을 주도했으며, 이는 모기지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집값 상승을 설명하는데 훨씬 중요하고 유의미한 지수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어느 누구도 부동산 투자 금리를 결정하는 데 연준의 초단기 콜금리를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1971년부터 2002년까지 수십년 동안은 미국에서 단기금리와 주택담보 모기지 금리의 연계지수가 0.85로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지만, 이후 2005년까지는 상관성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중반 연준이 추진했던 통화 긴축정책이 실패하자 기준금리와 모지기 금리간의 상관성이 단절됐음을 깨달았다”며 “당시 통화 긴축정책을 가속화했더라도 주택시장의 거품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린스펀은 세계적인 장기금리 하락은 1990년대 초에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중앙계획 경제에서 수출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고 자본 투자보다 저축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장기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산 금리까지 떨어뜨려 주택시장의 거품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통화정책에 잘못이 있다면 나중에 고칠 수 있지만, 국내 통화정책 당국자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전 세계 차원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더 광범위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며, 세계화 시대에 자신의 능력과 재량에 한계가 있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끝으로 “세계경제가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저축과 투자의 흐름을 정부에 의존해선 안된다”며 “새로운 규제는 저축이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가도록 금융기관의 능력을 개선해주는 것이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의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진실의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그 자체로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을 판단·예측하고 경제행위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신호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연준은 잇따른 금리 인하 결정 이후의 과잉유동성의 흐름을 감시하고 적절히 조절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과 외환 비축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의 가혹한 구제금융정책 때문이며, 그린스펀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10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정책 실패를 시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는 시장의 자율성을 과신하고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판단 착오’를 인정했을 뿐, ‘저금리 정책’의 선의와 불가피성에 대한 정책적 신념은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저금리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 됐을지라도, 그 실패의 원인과 책임까지 자신의 정책에 지울 순 없다는 얘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그린스펀은 지난해 10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정책 실패를 시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는 시장의 자율성을 과신하고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판단 착오’를 인정했을 뿐, ‘저금리 정책’의 선의와 불가피성에 대한 정책적 신념은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저금리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 됐을지라도, 그 실패의 원인과 책임까지 자신의 정책에 지울 순 없다는 얘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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