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파생상품 빚잔치”…오바마 ‘위기해법’ 도마에
미국 최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가 지난해 4분기에 미국 정부가 제공한 구제금융 500억 달러를 ‘빚잔치’로 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 국민의 혈세가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의 손실 보전에 유용됐으며, 금융감독당국은 위기 확산 방지를 구실로 눈감아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정가에선 부실기업에 지원하는 구제금융에 대한 반감과 구제금융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정치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경제위기 해법 자체를 문제삼고 나섰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리처드 셸비 의원은 8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1990년대 일본이 실패한 은행들을 지원해 경제위기를 연장시킨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며, “그들이 죽었다면 무덤에 묻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날 <폭스 뉴스>에서 “현 정부는 (대형은행 파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매케인 의원은 “불행히도, 주주들과 다른 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 은행들의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 금융가의 한 소식통은 8일 <로이터> 통신에 “금융시장에 이미 많은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이 사태가 일정 시점이 되면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에이아이지는 미 의회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에 뿌린 극비 문건에서, “에이아이지가 무너지면 단기자금 조달시장이 무력화되고, 유럽 은행들의 자금조달 압박을 가중시키며, 납세자들의 자사 지분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추가 지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에이아이지는 이 문건에서 “정부가 자사의 파산을 허용할 경우 그로 인한 또다른 충격을 경제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달러 가치 하락, 재무부 채권조달 비용 상승, 미국 정부의 은행시스템 지원 능력에 대한 의구심 등을 경고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9일 보도했다.
에이아이지의 빚잔치에 숟가락을 얹었던 은행들은 ‘꿀먹은 벙어리’다. <로이터>는 8일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소시에테제네랄(프랑스), 도이체방크(독일), 바클레이즈(영국), 라보뱅크(네덜란드) 등은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일부 은행들은 아예 접촉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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