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금융사에 500억달러 지급…후폭풍 예고
세계 최대 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에이아이지(AIG)에서 미국인들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미 정부한테서 3차례에 걸쳐 약 1730억달러(약 268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 보험사는 지난해 9월~12월 적어도 25개 금융사에 50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포천>이 7일 관련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미 구제금융의 간접 ‘수혜’를 입은 은행들은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도이체방크, 스위스의 유비에스, 영국의 바클레이즈 등 전세계 주요 은행들이다.
미 의회는 구제금융 집행 과정에 분개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민주)은 “구제금융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한 데 충격받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인들의 혈세가 투명한 절차나 정보공개를 거치지 않은채 다국적 은행들의 손실 보전에 흘러들어간 사실은 앞으로 미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도날드 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지난 5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에이아이지 구제금융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추궁하는 의원들에게, “사람들이 에이아이지와의 거래를 경계하도록 만들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은행들은 주택 또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모기지)을 증권화해 판매했고, 에이아이지는 이같은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보험상품을 은행에 수수료를 받고 팔아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증권의 기초가 된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은행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고, 파생상품 시장의 최정점에 서있던 보험사 에이아이지는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던 에이아이지는 결국 지난주 국유화됐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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