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항과 지금의 다우지수 등락
주가 한차례 회복 뒤 재폭락…“더 큰 고통 올 것”
2월 실업률 8.1% 25년새 최악…1250만명 달해
2월 실업률 8.1% 25년새 최악…1250만명 달해
“공황은 끝났습니다. 여러분께서는 60일 늦게 왔습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6월, 허버트 후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공구제 정책을 촉구하려고 백악관을 방문한 성직자들을 돌려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서 3월에는 “두 달이 지나면 증시 폭락에 따른 고용불안도 사라질 것”이라며 공황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게 말할 만도 해 보였다. 1929년 10월 뉴욕증시 대폭락으로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했지만, 이내 바닥을 찍고 게걸음 장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이듬해 4월 오뚝이처럼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회복된 듯 보였던 주식시장은 그해 6월부터 1932년 6월까지 쉼 없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결국 90% 하락률을 기록했다. 상황을 오판한 후버는 미국인들에게 대공황을 불러온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79년이 지난 2008년 9월 미국 증시는 다시 대폭락했다. 두 달 만에 시가총액의 30%가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1월엔 폭락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위기가 기회”라며, 폭락한 증시에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잡으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지난해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 증시가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폭락 이후 두 달여 동안 곤두박질치던 증시는 반등에 성공해 이전 수준에 육박했지만, 다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지수는 5일 4.1% 하락한 6594.44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42.3% 폭락했다. 지난해 12월~올 1월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2월 이후부터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증시의 모습은 대공황 때와 닮은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어떤 곡선을 그릴지 섣불리 장담할 순 없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10년은 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어쨌든 올해 내내 어렵다는 말이다.
버핏은 좀더 직접적으로 “2009년 내내 경제는 확실히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최소 수개월 이상 증시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비즈니스위크>는 5일 온라인판에서 “더 큰 고통이 올 것”이라며 “시장의 소용돌이가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15개월째 경기후퇴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공황(Depression)에 가까운 상황으로 빠져든다면 증시 하락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로버트 버로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3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공황으로 접어들 확률은 약 20%”라고 전망했다. 이런 결론은 과거 전세계 251번의 증시 폭락과 97번의 공황에 대한 분석에서 나왔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2월 실업률이 25년 만에 최고치인 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3년 12월 8.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월 실업률이 7.6%를 나타낸 뒤 한 달 만에 또다시 0.5%포인트 뛰어올랐다. 미국 일자리는 지난해 12월 68만1천개, 1월 65만5천개, 2월 65만1천개가 사라졌다. 2010년엔 실업률이 10%까지 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온다. 미국 총 실업자 수는 1250만명에 이르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한편, 미국 노동부는 2월 실업률이 25년 만에 최고치인 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3년 12월 8.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월 실업률이 7.6%를 나타낸 뒤 한 달 만에 또다시 0.5%포인트 뛰어올랐다. 미국 일자리는 지난해 12월 68만1천개, 1월 65만5천개, 2월 65만1천개가 사라졌다. 2010년엔 실업률이 10%까지 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온다. 미국 총 실업자 수는 1250만명에 이르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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