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GDP 추이
리콴유 전 총리 전망 “수출감소세 계속될때”
대만, 20만명 휴직…아시아 신흥강국들 ‘비명’
대만, 20만명 휴직…아시아 신흥강국들 ‘비명’
아시아에서 가장 건실한 신흥국으로 꼽혀온 싱가포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수출 의존형 나라들이 이번 금융위기에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4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올해 싱가포르 성장률이 -1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놓은 올해 공식 전망은 -2%~-5%. 싱가포르 역사상 가장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때는 2001년으로 -2.4%였다.
리콴유 전 총리만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의 아들인 리셴룽 현 총리도 지난주 성장률이 -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2006년 8.4%, 2007년 7.8%를 기록했다가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1%로 떨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대외교역 감소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460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로 내수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1월에만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수출이 34.8% 줄면서 약점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가 -10% 성장률의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수출이 2분기에도 30~40% 감소한다면”이란 조건을 단 것도 이 때문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대외교역이 싱가포르 경제의 4분의 3을 떠받치고 있다”며 “(지금은) 견뎌야만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국가 주도 투자모델로 각광받던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투자청이 너무 서둘러 씨티그룹과 유비에스 은행의 지분을 사들였다”며 “금융위기 여파로 전체 자산가치가 25% 하락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해 1월 씨티그룹 우선주 68억8천만달러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2007년 12월에는 유비에스(UBS) 지분을 110억스위스프랑어치 사들였다. 이후 씨티그룹과 유비에스 주가가 급락해 큰 손실을 봤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약 1천억~3천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서울시청 옆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사들이기도 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싱가포르가 겪는 어려움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경제발전 구조가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5일 보도했다. 대만은 핵심산업인 전자 부문 수출이 절반으로 줄면서 최근 노동자 20만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8.36%였으며, 올 한해 성장률은 -2.97%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도 1월 수출이 21.8% 줄었다. 홍콩 행정 당국은 올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 수요가 줄자 수입국들이 아예 주문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성장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그동안 미국 소비에 크게 의존해왔다”며 “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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