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러시아·소말리아
종족 간의 갈등, 제국의 쇠락, 그리고 경제적 격변.
20세기에 일어났던 야만적이고 치명적인 폭력의 중심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 가지 요소다.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역사학)는 <포린폴리시> 최신호에서 이를 통해 격변의 시·공간적 지점을 다소나마 예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교·민족 등을 이유로 하는 종족 간의 갈등은 세계 도처에 분포한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 경찰’ 노릇이 금융위기로 축소되면서, ‘제국의 쇠락’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세계 경제 위기는 ‘경제적 격변’이란 위험 요소를 세계 각지에 더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실업이 증가하고 소득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경제적 고통은 항상 지정학적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멕시코와 소말리아 등 여러 ‘격변의 축’ 지점에서 “다가오는 격변의 첫 증상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 범죄와 납치로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하는 멕시코에선 지난해 마약 관련 폭력으로 5300여명이 숨졌다.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 범죄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미 정부군의 군사력을 능가하는 폭력조직들이 금융위기 탓에 궁지에 몰리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빠진 소말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다. 입국신고서에 ‘갖고 있는 총의 구경’을 적어내야 할 만큼, 신변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치안은 사실상 없다. 지난 20년 동안 평화는 단지 여섯달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정부를 복원하려는 14차례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경제위기 속에서 아덴만 해역의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역내 안보를 위협하지만, 케냐·에티오피아·에리트리아 등 주변국으로 폭력이 확산되는 것은 더욱 걱정스럽다. 전 세계 무장세력의 양성지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빠져드는 러시아나 이란의 정부가 자칫 극단적 선택을 내릴 우려도 있다. 민주주의 기반이 가장 취약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실업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불안을 더한다. 퍼거슨 교수는 “격변의 축은 늘어날 것”이라며 “격변의 시대가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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