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전화 계획
민·관 배드뱅크 시장선 ‘불신
“운용의 구체성 보여달라”
“운용의 구체성 보여달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10일 약 2조~2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2단계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끝내기 무섭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추락의 속도를 더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4.62%(381.99) 하락해 다시 8천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오전 상원에서도 838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안을 찬성 61, 반대 37로 통과시켰지만, 역시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미 정부와 의회가 늪에 빠진 경제를 건져내려 이날 3조달러(약 4180조원) 넘게 시장에 풀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정부의 계획에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간판뿐 아니라 새로운 조처들을 선뵀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주도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대신 새롭게 마련된 2단계 구제금융을 ‘금융 안정화 계획’으로 이름지었다. 금융사들로부터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데 민간자본을 참여시켜 반관 반민의 ‘배드뱅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새롭다. 연준(FRB)을 활용해 주택 모기지(담보대출)증권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증권까지 확대 매입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거의 모든 언론과 투자가들은 공통적으로 구제금융 계획에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산 투자가들이 기대했던 정부의 부실자산에 대한 보증이 빠지고, 부실자산의 매입 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없는 것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새 구제금융 계획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부실자산의 매입과 관련해 실제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불충분했다. 이런 탓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계획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실제 명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 자본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도 비판거리로 떠올랐다. <비즈니스 위크>는 “가이트너의 계획이 놓치고 있는게 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간 투자가들이 갑자기 (부실)자산을 사들일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담이 큰 국영 배드뱅크를 피하는 대신 민·관 배드뱅크를 선택했지만, 실제 여력이 없는 민간자본이 얼마나 참여할지 불확실하다.
이날 오후 상원 은행위원회에 처음 선 가이트너는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운용의 구체성을 보여달라”는 질책을 받았다.
또 다른 한편에선 구제금융 계획안이 너무 ‘관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인 데이비드 엑설로드 백악관 선임 고문은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에 더욱 엄격한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가이트너 재무장관에 밀렸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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