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싱가포르 등 중화권 경제침체 본격화
중국수입 급감 탓…“아시아 내부무역 무너져”
중국수입 급감 탓…“아시아 내부무역 무너져”
월가발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교적 선방하던 동남아 경제도 중국 경제의 악화로 통화가치 하락 등 본격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범중화권 경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뉴스>가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의 대아시아 국가 수입이 지난해 7월 700억달러에서 12월 430억달러로 39% 줄면서, 동남아 각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1달러 대비 대만 달러는 지난해 31.18에서 33.66, 싱가포르 달러는 같은 기간 1.40에서 1.49,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3.31에서 3.57로 하락했다.
통신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인용해, 대만 달러가 연말까지 4.4%, 싱가포르 달러는 오는 6월까지 6%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6월까지 3.65%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시아 화폐가치가 중국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4위 은행 에이엔제트(ANZ)에 따르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교역량은 10여년 전 36%에서 최근 40%로 높아졌다. 그리고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9%에 그쳤다. 특히, 대만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싱가포르 3위 은행인 오시비시(OCBC)에 따르면 대만의 수출 가운데 25%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창수 성톈 방직그룹은 “올해 대만에서 의류 주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외 주문량이 조금도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의 나이키 하청업자는 “최근 사업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재료공급 업체를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현지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미국 수출이 급감하자 대외 수입도 따라서 줄이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중국의 1월 수출이 1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1월 수출선적량은 지난해보다 14%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와이 호 렁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지점 지역 연구원은 “아시아 내부 교역은 붕괴됐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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