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시스템 놔두면 최악상황 올 것” 경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중앙은행 총재단 모임에서 “선진국 경제가 이미 공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덮치고 동시에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를 겪기 시작한 이후, 국제 금융기구의 수장이 나서서 ‘공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 세계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황(Depression)은 경기 순환기에 생산·소득·고용·무역의 감소가 6~12개월 지속되는 경기후퇴(Recession)보다 “특별히 훨씬 심각한 경기약화 국면”이라고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정의하고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20세기 이후 지금껏 공황으로 불린 국면은 1921년, 1929~1933년, 1937~1938년 세번뿐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또 “만약 은행 시스템이 수리되지 않는다면 금융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며 “(경제를) 추락시킬 위험들이 많이 존재하고,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기금은 지난달 28일 미국·일본·독일 등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2007년 2.7% 성장했으나, 올해 4.7%포인트 줄어든 -2%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128차 은행총재단 총회에서 “미국이 대공황만큼 깊은 침체를 겪고 있지 않지만, 지금의 많은 움직임이 대공황 때와 유사하다”며 “깊어지는 경기후퇴를 막기 위한 긴급하고도 공격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세계경제가 공황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말했다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총리실 대변인이 나서서 ‘말실수’라고 번복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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