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F 전망…부채상환 위기 조짐
전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신흥시장 국가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혀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7일 올해 신흥시장에 투자되는 민간 자본의 순유입액이 지난해(4660억달러)보다 60% 이상 급감한 165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9290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1670억달러에 달했던 신흥시장에 대한 은행 대출은 올해 61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자본 유입이 감소한 최대 원인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을 꼽았다.
1980·1990년대 두차례 금융·경제위기 당시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중·동유럽의 신흥시장들이 부채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신흥시장의 경우, 민간자본 순유입액이 지난해 2540억달러에서 올해는 300억달러 수준으로 가장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신흥시장 국가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흥시장 국가들이 상환해야 할 채무액은 러시아 490억달러, 유럽 270억달러, 아시아 250억달러 등 1천억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국제금융협회는 이중 절반도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뿐 아니라 선진국의 경기도 동시에 악화되고 있어 부채 상환 연장(롤오버)도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10개국(G10)이 경기부양책 등을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 만큼, 시중 자금을 수혈받기 더 어려운 상태다.
윌리엄 로즈 국제금융협회 수석 부회장은 이날 “2009년 (신흥시장으로의) 민간자본 이동 감소 전망이 여러 신흥시장 국가들의 자금조달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서 3개월짜리 단기 자금조달 제도(단기유동성지원제도)를 1년 이상으로 늘려 신흥시장의 유동성 공급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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