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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오일머니 무장한 중동마저 ‘휘청’

등록 2008-10-27 19:36

금융위기 일파만파
쿠웨이트→걸프은행 주식거래 중단
사우디→저소득층에 긴급 자금 지원
두바이→외화 돈줄 막히고 부동산 폭락

미국발 금융위기 폭풍이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국가들마저 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동 국가들이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쿠웨이트 2위 은행인 걸프은행이 파생상품 거래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자, 26일 쿠웨이트 정부는 이 은행의 주식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자국 은행의 예금을 지급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도 금융위기의 충격을 차단키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지원 자금 100억리얄을 사우디크레디뱅크에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대책 발표는, 전날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국 재무장관들이 “중동 지역 은행에는 아직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확언한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과 아시아, 남미로 확산되는 동안에도 중동은 비교적 ‘무풍지대’처럼 보였다. ‘오일머니’란 비빌 언덕이 있어서다. 이 지역 정부들은 은행권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붇는 과감한 선제 조처들을 내놓으며 “문제 없음”을 과시해왔다. 이달 초 사우디가 “필요하다면 은행에 400억달러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은행 예금 3년 동안 지급 보장, 은행간 대출 지원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선제 조처들로도 금융위기의 파급을 막진 못했다. 지난 여름, 약달러 현상으로 중동 국가들이 ‘달러 고정환율제’를 폐지할 것이란 기대 속에 몰려들었던 외국 투자자들은,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앞다퉈 자금을 뺐다. 그 결과, 이곳 은행들도 유동성 부족 사태라는 글로벌 신용위기 속으로 빠져 들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후퇴 전망이 부른 석유 수요 감소가 유가를 최고점(7월) 대비 절반 가량으로 끌어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서둘러 하루당 150만배럴 감산을 합의했으나, 유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재정적자 위기에 내몰린 중동 국가들은 오는 12월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리는 오펙 회의에선 추가 감산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한국에서 금융허브의 모델로 극찬받았던 두바이는 더 불안하다. 외화 차입을 통한 건설붐을 주도해왔던 두바이는 금융위기로 외화 차입길이 막히고, 부동산 시장은 폭락하고 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10~15%의 웃돈을 얹어 주택을 팔았던 부동산 업자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기꺼이 집값을 낮추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세입은 더 줄어들게 되는데, 가뜩이나 외화 차입 어려움을 겪는 두바이 정부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게 된 신흥시장 국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아이슬란드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21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은 데 이어, 26일 우크라이나가 동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16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국제통화기금은 며칠 안에 헝가리에도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비시>(BBC) 방송은 헝가리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가 국제통화기금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구제금융을 신청한 벨로루시와 파키스탄 등도 조만간 이들 국가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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