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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브라운 영국 총리 어떻게 구세주 되었나

등록 2008-10-15 22:17수정 2008-10-16 16:22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외신기자협회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런던/신화 연합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외신기자협회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런던/신화 연합
오랜 재무장관 경험 복잡한 금융세계 잘 알아
EU 비회원국…이념적으로도 비교적 자유로워
영국 노동당 장기집권 시대를 마감하는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고든 브라운 총리가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를 구한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으로 자본주의의 모습을 바꿨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까지 비견되고 있다. 그가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지난 30년 동안 세계를 풍미해 온 신자유주의 시대를 끝장내고 ‘신자본주의’ 시대를 여는 지도력을 보이고 있어 나오는 평가다.

브라운 총리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빠르고 명확히 인식하고 과감하게”(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 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여하는 ‘부분 국유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해 세계 금융위기에 숨통을 틔워놓았다.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본을 통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를 도입하자고 제창해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총재 등의 즉각적인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세계 곳곳의 언론들은 브라운을 ‘유럽의 슈퍼히어로’(르몽드)로 추어올리며, ‘리더십이 뭔지를 보여주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고 평가했다. 프랑스인들조차 금융위기로부터 세계를 구할 지도자로, 자국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브라운을 꼽고 있다. 이쯤 되니 자국 여론도 움직였다. 지난 12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설문 조사 결과, 금융위기 이후 노동당 지지율은 33%로, 지난달보다 7%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 의장국 프랑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 등을 제쳐놓고 영국이, 그것도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영국 총리가 금융위기의 리더로 부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15일(현지시각)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브라운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밀려 ‘만년’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금융위기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됐고, 사태 해결의 칼을 쥔 재무부와 금융계 주요 인사들을 두루 알아뒀던 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영국이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란 점도 다행이었다. 유로존 회원국이 엄격한 재정균형 목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할 사이, 영국은 폭넓은 금융정책을 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은행의 부분 국유화 조처 등을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미국과는 달리, 이데올로기적 거부감이 적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중도좌파적 성향을 지닌 노동당 안에선 이미 금융가의 고임금 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던 만큼, “무책임의 시대는 끝났다”는 브라운의 주장은 쉽사리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브라운을 세계의 구세주로 단정짓긴 아직 이르다. 그에겐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주택시장 거품을 키운 장본인이란 ‘족쇄’가 따라 붙는다. 그는 ‘닷컴거품’ 붕괴와 9·11 테러 이후, 저금리 정책을 쓰며 현재의 위기를 키웠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기사 작위 수여를 추천한 과거도 있다.

아직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병든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영국과 세계 경기침체 위기를 막아내기에 충분할지 확실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오스본 보수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이 “이것(은행의 부분 국유화)은 승리가 아니라 파국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마지막 노력”이라며, “브라운이 마치 경제위기를 구한 승리자처럼 행세한다”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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