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4주만에 탈출
매주 월요일 전세계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의 악몽은 이번주를 비켜갔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가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발표 뒤인 지난달 15일부터 월요일마다 4주 연속 ‘검은 월요일’을 기록했고, 지난주 내내 끝 모르고 추락하며 전세계 증시의 동반폭락을 주도했던 뉴욕 증시의 극적인 변신에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일시적 반등일 뿐 실물경제로 전이된 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거란 신중론도 여전하다.
1 반등의 원인은 전세계 자금공급 공조 반등 기폭제
이날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실상 시장에 무제한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구제금융안 발표가 결정적인 기폭제였다. 앞서 국제사회는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 치유책으로 금융기관들의 부분 국유화를 발표했다. 지난 주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논의된 전세계 공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시아·유럽 증시가 상승한 것도 도움을 줬다. 금융위기 확산의 차단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기대 이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였던 셈이다.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 연구원은 “주말 동안 상황이 아주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벽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주 18%가 넘는 폭락장세에 뒤따른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월요일 상승장에서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거래량이 지난주 매도량 규모에 미치지 못해, 결국 매수에 나선 투자자는 많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책이나 대안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염려는 풀리지 않는다. 아이지(IG)인덱스의 수석전략가 데이비드 존스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누가 더 잘 기다리는지의 게임 같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2 미 증시 전망은 ‘신용경색 심각’ 당분간 불안 전망 우세
저명한 투자 전략가 에드워드 야드니는 13일 폭등세를 “지난주 시장은 아마게돈이나 공황, 서구 문명의 멸망을 앞둔 듯이 추락했다”며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풀이했다. 이밖에도 “앞으로 몇 차례 추가 하락이 있겠지만, 우리는 바닥을 보기 시작했다”(마크 모비우스·템플턴자산운용), “우리는 주가를 산업의 현실로부터 차단했던 공포의 꼬리 끝에 왔다”(데이비드 캐츠·매트릭스애셋어드바이저스) 등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앞날을 낙관하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경제 전문 온라인 사이트 ‘아르지이(RGE) 모니터’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몇주 동안 금융시장은 중대한 하락요인을 안고 불안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구제금융안의 세부사항이 아직 모호한 상태이며 △금융회사뿐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이 알려지면 하락 위험이 있고 △신용 경색이 이미 심각한 상태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아직 환호하지는 마세요’라는 제목의 13일치 온라인 기사에서 “증시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우리는 매우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뉴욕대 교수가 계산한 뉴욕증시 에스앤피(S&P) 지수의 1년 뒤 예측값은 최저치가 ‘지금 수준의 4분의 1’, 최대치는 ‘지금 수준의 4배’로 나타났다. 시장이 불안한 탓에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엥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90년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시장에서 나타나던 불안정성”이라고 말했다. 3 향후 장세와 실물경제는 2년간 U형 경기후퇴 겪을 것 지난해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문제가 될 때부터 미국 정부의 조처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온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틀릴 수도 있지만, 최악의 시점은 지난 것 같다. 지난주는 극단적이었다”며, ‘금융 패닉’ 속에서 심각해진 신용경색이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예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경제·금융상의 피해가 대부분 이미 드러난 가운데, 세계 경제는 뼈아픈 경기후퇴와 금융·은행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브이’(V)형 곡선을 그리는 약한 단기(6개월)적 경기후퇴는 막 지나갔고, 앞으로 ‘유’(U)형 곡선의 장기적(18~24개월) 경기후퇴가 예상되며, 일본처럼 ‘엘’(L)형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너럴일렉트릭스(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는 13일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지난 한달 동안의 경제상황을 돌이켜 “말할 수 없을 만큼, 꿈도 꾸지 못했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놓으며, 미국 경제가 앞으로 2분기 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그는 “유동성만 회복하고 생산 역량만 유지한다면 장기 침체가 필연적일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세계의 엔진은 작동하고 있다”며 제조업 분야의 희망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금융)의 위기가 ‘메인스트리트’(실물)로 옮겨붙었다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지만, 실물 부문보다 앞서 투자심리에 의한 변동을 미리 보여주는 증시 투자자들 반응의 특성을 들어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저명한 투자 전략가 에드워드 야드니는 13일 폭등세를 “지난주 시장은 아마게돈이나 공황, 서구 문명의 멸망을 앞둔 듯이 추락했다”며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풀이했다. 이밖에도 “앞으로 몇 차례 추가 하락이 있겠지만, 우리는 바닥을 보기 시작했다”(마크 모비우스·템플턴자산운용), “우리는 주가를 산업의 현실로부터 차단했던 공포의 꼬리 끝에 왔다”(데이비드 캐츠·매트릭스애셋어드바이저스) 등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앞날을 낙관하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경제 전문 온라인 사이트 ‘아르지이(RGE) 모니터’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몇주 동안 금융시장은 중대한 하락요인을 안고 불안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구제금융안의 세부사항이 아직 모호한 상태이며 △금융회사뿐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이 알려지면 하락 위험이 있고 △신용 경색이 이미 심각한 상태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아직 환호하지는 마세요’라는 제목의 13일치 온라인 기사에서 “증시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우리는 매우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뉴욕대 교수가 계산한 뉴욕증시 에스앤피(S&P) 지수의 1년 뒤 예측값은 최저치가 ‘지금 수준의 4분의 1’, 최대치는 ‘지금 수준의 4배’로 나타났다. 시장이 불안한 탓에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엥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90년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시장에서 나타나던 불안정성”이라고 말했다. 3 향후 장세와 실물경제는 2년간 U형 경기후퇴 겪을 것 지난해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문제가 될 때부터 미국 정부의 조처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온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틀릴 수도 있지만, 최악의 시점은 지난 것 같다. 지난주는 극단적이었다”며, ‘금융 패닉’ 속에서 심각해진 신용경색이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예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경제·금융상의 피해가 대부분 이미 드러난 가운데, 세계 경제는 뼈아픈 경기후퇴와 금융·은행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브이’(V)형 곡선을 그리는 약한 단기(6개월)적 경기후퇴는 막 지나갔고, 앞으로 ‘유’(U)형 곡선의 장기적(18~24개월) 경기후퇴가 예상되며, 일본처럼 ‘엘’(L)형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너럴일렉트릭스(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는 13일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지난 한달 동안의 경제상황을 돌이켜 “말할 수 없을 만큼, 꿈도 꾸지 못했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놓으며, 미국 경제가 앞으로 2분기 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그는 “유동성만 회복하고 생산 역량만 유지한다면 장기 침체가 필연적일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세계의 엔진은 작동하고 있다”며 제조업 분야의 희망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금융)의 위기가 ‘메인스트리트’(실물)로 옮겨붙었다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지만, 실물 부문보다 앞서 투자심리에 의한 변동을 미리 보여주는 증시 투자자들 반응의 특성을 들어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