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아이슬란드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제통화기금 관계자는 “아이슬란드 정부가 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주말 이사회가 열렸다”고 밝혔다고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폭락을 거듭해온 자국 화폐 크로나화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구제금융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비상조처에 들어간 상태다.
아이슬란드는 국제통화기금 외에도 도움을 줄 새로운 상대를 찾고 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에 5명의 대표단을 파견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요청하고, 자금공여 조건을 협의 중이다. 앞서 아이슬란드 정부가 지원을 요청한 금액이 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아이슬란드를 지원하는 대가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가입도 다시 추진한다. 잉기비외르그 기슬라도티르 아이슬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단기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와의 협력을 통해 위기를 막아내고, 장기적으로는 유로화 도입 등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동안 주요 산업인 어업 분야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연합 가입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해 왔던 에이나르 구드핀손 아이슬란드 수산장관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과 같은 위기에선 가능한 옵션을 모두 봐야 한다”며 양보할 뜻을 밝혔다.
금융산업을 통해 북유럽 부국으로 성장한 아이슬란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타격을 받아, 지난주 자국의 3대 은행을 차례로 국유화했다. 9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던 아이슬란드 증시는 14일 일부 개장했으나, 시작부터 주요 지수가 76%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보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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