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예금자 보호 확대 잇따라
홍콩·인도선 이미 현금 인출 소동
홍콩·인도선 이미 현금 인출 소동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막아라!
월가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은행의 ‘줄도산’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과 영국 정부가 잇달아 예금자 보호 조처 강화에 나섰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30일(이하 현지시각) 현재 계좌당 10만달러(1억여원)로 돼 있는 보호 한도를 잠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2005년, 현행 10만달러인 예금 보호 한도액을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늘릴 수 있도록 손질했지만, 한 번도 재조정하진 않았다. 영국도 같이 움직였다. 이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비비시>(B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국 예금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3만5천파운드(7400만원)인 예금 보호 한도액을 5만파운드로 높이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29일 은행주가 26%나 폭락했던 아일랜드에선 바로 다음 날 뱅크오브아일랜드와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 등 6개 은행·주택조합의 예금과 채권 및 부채를 향후 2년 동안 전액 지급 보증한다는 방안이 발표됐다.
미국의 경우, 간판을 내린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과 4위 은행 와코비아가 각각 제이피(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에 인수되면서 예금이 그대로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만약’이란 가정 앞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권 은행들은 이미 뱅크런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홍콩의 동아시아은행(BEA)이 리먼브러더스와 에이아이지(AIG)의 채권을 대량 보유한 탓에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하룻동안 홍콩 시민 수백명이 시내 각 지점에 몰려 현금을 빼내가는 사태가 빚어졌다. 29일, 인도에선 최대 상업은행 아이시아이시아이(ICICI)가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이란 소문이 퍼지자, 고객들이 예금을 빼기 위해 현금인출기로 몰려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