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영국 런던의 신문 가판대 앞에 놓인 게시판에 에이치비오에스(HBOS) 은행의 매각 소식이 적혀 있다. 런던/AP 연합
② 미국 2위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4위 소매은행 와코비아의 합병설이 보도된 17일,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모건스탠리 본사 건물. 뉴욕/AP 연합
③ 미국 4위 소매은행 와코비아의 노스캘리포니아 샬롯 지점. 샬롯/AP 연합
④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의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지점. 마운틴뷰/AP 연합
영국 로이즈, HBOS 인수로 초거대 금융기관 탄생
‘위기설’ 모건스탠리·워싱턴뮤추얼, 매각 안간힘
‘위기설’ 모건스탠리·워싱턴뮤추얼, 매각 안간힘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에이아이지(AIG) 등에 이어 월가 금융위기의 다음 희생양으로 거론되는 거대 금융업체들이 자신들을 인수·합병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월가에서 벌어지는 인수·합병의 2라운드이다. 기존처럼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이번 월가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미국 2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주가 폭락 속에 합병을 검토하는 등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
파산설이 나돌던 영국 6위 은행 에이치비오에스(HBOS)는 영국 5위 은행 로이즈 티에스비(TSB)에 120억파운드(주당 2.32파운드, 약 24조원)에 인수당하기로 합의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들의 합병으로, 영국 전체 가구의 40%와 거래하는 거대 금융기관이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에이치비오에스는 영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 선두 업체인 동시에 1위 저축은행으로 군림해 왔으나, 최근 신용경색으로 은행간 거래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여기에, 지난 15일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와의 관련성이 부각되면서 파산 가능성 ‘1순위’로 지목됐다.
모건스탠리도 이날 인수·합병설에 합류했다. 모건스탠리와 미국 4위 소매은행 와코비아가 18일 공식 합병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며 모건의 협상팀이 와코비아 대표들과 만날 것이라고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17일,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가 와코비아로부터 합병 제안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의 상황은 양호하고 소매은행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콤 켈러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하루 전날 발언이 끝모르게 추락하는 주가 앞에서 무색해진 셈이다.
앞서 16일, 모건스탠리는 14억3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이었지만, 다음날 주가는 오히려 24%나 빠졌다. 채권발행자의 부도 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8%로 2%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결국 ‘못 믿겠다’는 시장 심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오죽하면 존 맥 최고경영자가 “우리는 지금 공포와 루머에 통제받는 시장 상황에 있으며, 공매도가 주가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다.
리먼브러더스에 이은 다음 희생자로 거론되는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도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며칠 전부터 매각 입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뮤추얼의 인수 대상자로는 웰스파고와 제이피모건체이스, 에이치에스비시, 씨티그룹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인수자가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워싱턴뮤추얼도 지난 7월 영업중단 조처를 받은 인디맥처럼 ‘정부관리’ 체제에 편입되거나, 가교은행(bridge-bank)을 설립해 부실 금융기관 정리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뮤추얼은 모기지 투자 손실 등으로 지난 3분기 동안 63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어 주가가 85%나 곤두박질쳤으며, 2006년 430억달러에 달했던 회사 가치도 35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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